
2025년 현재, 서울 부동산 시장의 중심에는 다시 한 번 30대가 있습니다. 9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 중 36.7%가 30대 매수자 몫으로 집계되며, 무려 4년 만에 최대 비중을 기록했습니다. 대출 규제와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영끌' 매수가 다시 활발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본문에서는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 현황과 지역별 특징, 그리고 그 배경에 있는 경제적·심리적 요인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30대 매수세 급증의 배경, 다시 시작된 영끌 열풍
2021년 이후 줄어들던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세가 다시 급증했습니다. 2025년 11월 9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매입자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 거래현황 통계에 따르면, 2025년 9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6,796건 중 36.7%인 2,493건을 30대가 매수했습니다. 이는 2021년 9월 38.85%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비중입니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많았던 시점에 반전된 흐름이기도 합니다.
반면 지난해부터 월별 30%를 넘기던 40대의 매수 비중은 8월 26.8%에 이어 9월 27.4%(1,863건)로 두 달 연속 30%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50대는 16.2%(1,099건)를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맞물려 있습니다.
첫째, 6·27 대출 규제의 영향입니다. 이 규제로 수도권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 원으로 제한되고, 1주택자가 대출을 받아 다른 집을 살 경우 6개월 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조건이 강화되었습니다. 이는 기존 1주택자의 추가 매수를 어렵게 만들어 40대의 매수 비중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반면 무주택자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게는 상대적으로 완화된 조건이 유지되면서, 생애최초나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저리의 정책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30대의 상대적 우위가 부각되었습니다.
둘째, 대출 규제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심리가 퍼졌습니다. 30대 실수요자들은 더 늦기 전에 서둘러 집을 사려는 '패닉바잉(공황구매)' 또는 '영끌 수요'를 보였습니다. 정부의 9·7 공급 대책과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전인 9월에 이러한 매수세가 집중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셋째, 부모 세대의 증여·보조 자금 유입도 주요 요인으로 꼽힙니다. 실제로 금융권 데이터에 따르면, 30대의 주택담보대출 신규 건수는 감소했지만, 전세자금대출과 혼합된 복합대출 비중은 늘어났습니다. 이는 투자보다는 실거주 목적의 구매가 늘었음을 시사합니다.
지역별로 본 30대 매수 집중 지역, 강서·관악·성동구가 중심
서울의 30대 매수세는 특정 구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강서구는 48.0%로 서울 전체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관악구(46.1%), 성동구(45.5%), 은평구(43.0%), 영등포구(42.8%), 서대문구(41.7%), 성북구(41.3%), 동대문구(41.0%), 구로구(40.3%), 중구(40.0%) 순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상대적으로 아파트값이 싸고 10·15 대책 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들이어서 전세를 낀 갭투자 매수가 가능했다는 점입니다. 강서구의 경우 마곡지구와 방화동 일대의 신규 단지가 있으며, 관악구는 신림선 경전철 개통과 재개발 추진이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성동구는 한강변 생활권과 더불어 강북과 강남을 모두 연결하는 입지적 장점으로 30대의 선호도가 높습니다.
반면 고가 아파트가 몰린 강남구(24.2%), 서초구(25.0%), 송파구(30.0%) 등 강남3구와 용산구(23.5%) 등은 기존 규제지역으로 30대 매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이들 지역의 거래 패턴을 보면 전용 60㎡ 이하의 중소형 평형대가 다수를 차지합니다. 이는 실수요 위주의 매수가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최근 2년 사이 서울 외곽에서 도심으로의 수요 회귀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났던 30대가 다시 서울로 돌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주택 가격 조정과 정책적 지원이 맞물리며, '서울 입성'을 노리는 실수요층의 심리를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30대 매수세의 경제적·심리적 요인, 불안과 기회의 교차점
30대가 다시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것은 투자 목적만은 아닙니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습니다. 결혼, 출산, 자녀 교육 등 인생의 주요 변곡점을 맞는 연령대라는 점에서 '지금 사지 않으면 늦는다'는 불안감이 큽니다.
경제적 요인으로는 실질임금 상승률 둔화와 전세가격 반등세가 있습니다. 월세 전환이 늘면서, 30대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월세 지출보다 대출 상환이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청년층 주거지원 정책(생애 최초 LTV 우대, 신생아 특례대출, 청년 우대 주택청약통장 확대 등)도 매수세를 자극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로 갭투자는 막혔지만, 규제지역도 6억 원 한도에서 생애 최초 구매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가 유지됩니다.
심리적으로는 부동산이 여전히 가장 안정적인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주식, 코인 등 고위험 자산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장기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화된 것입니다. 이런 흐름은 단기간에 꺼지기보다는 정책과 시장 기대감에 따라 점진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 대책으로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되면서, 전세를 낀 갭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수도권에서는 거주 이전의 자유가 사실상 제한되고, 정부 승인 없이는 원하는 지역으로 이사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정부가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지역에서 주택을 살 경우 세무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의 30대 매수세 급등은 세대의 경제 인식과 주거 안정 욕구가 결합된 결과입니다. 무주택자 중심의 실수요가 시장을 다시 움직이고 있으며, 이는 향후 부동산 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30대 매수세가 일시적 반등에 그칠지, 구조적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금리·정책·심리의 3요소가 어떻게 맞물리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10·15 대책 이후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갭투자 제한이 30대의 매수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지금은 단기적 유행보다 자신의 재무 여건과 장기 거주 계획에 맞는 판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