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경영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은 오늘날, 기업들은 기술 도입을 넘어 '운영의 기본기'와 '도메인 지식'을 기반으로 한 체질 개선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2025년 11월 6~8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5 CEO 세미나'에서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강조한 메시지처럼, 기본 없이 AI를 서두르는 조직은 실패를 향해 가는 셈입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경쟁력은 결국 '얼마나 잘 준비되었는가'에서 갈립니다.
운영개선이 곧 AI 경쟁력의 출발점이다
AI를 도입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생산성이 높아지거나 혁신이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 내부의 운영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AI 시스템은 오히려 비효율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2025년 11월 9일 SK그룹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폐회사에서 "기본 바탕없이 인공지능(AI)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실패를 맞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운영개선(O/I)을 통해 기본기를 갖추고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 회장은 "운영개선이 어려운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기본기를 갖추는 것"이라며 "회사와 사업에 갖춰진 프로세스(절차)를 '잘 만들었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잘 작동하는지를 꾸준히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운영개선은 조직의 프로세스가 실제로 현장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일입니다.
최 회장은 "회사가 기본적인 바탕 없이 AI 전환을 추진하게 되면 이는 실패를 맞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지난 5~10년간의 프로세스를 재점검해보면서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AI가 적용될 수 있는 정확한 영역이 드러나며, AI의 도입 효과도 극대화됩니다.
최 회장은 "운영개선을 잘해야만 그 위에 AI를 더 쌓을 수 있다"며 "이 과정을 통해 고민했던 문제들을 하나둘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AI는 '도구'일 뿐, 이를 작동시키는 엔진은 탄탄한 운영 체계입니다. 이를 방치한 채 인공지능만 강조하는 기업은 '첨단의 허상'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운영개선은 AI 시대의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생존 전략입니다.
도메인 지식이 없는 AI는 방향을 잃는다
많은 기업이 인공지능을 도입하면서 겪는 공통된 실패 요인은 '도메인 지식의 부재'입니다. 도메인 지식은 말 그대로 기업이 본업에서 쌓아온 전문 지식과 산업적 맥락을 의미합니다. 최태원 회장은 본업에서 축적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의미하는 '도메인 지식(Domain Knowledge)'을 충실하게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최 회장은 "도메인 지식이 없는 상태로 AI만 도입해서는 일이 풀리지 않을 것"이라며 "도메인 지식을 갖춘 상태가 되어야 AI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기업이라면 칩 설계, 공정 효율화, 수율 관리 등 고유한 도메인 지식이 있어야 AI가 그 위에서 학습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만으로는 '산업의 깊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AI가 기업의 의사결정을 돕는 수준으로 발전하려면, 내부 직원들이 자신들의 업무와 산업 구조를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즉, AI보다 사람의 이해도가 앞서야 한다는 뜻입니다. 기업이 AI에 종속되지 않고, AI를 활용하는 주체로 남기 위해서는 도메인 지식이 핵심 자산으로 작용합니다.
AI 중심 시대의 구조 재편과 협력 전략
이번 CEO 세미나에는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주요 멤버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6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참석자들은 AI 전환의 방향성과 각 사의 AI 기반 비즈니스 모델 강화 방안 등을 토론했습니다.
참석자들은 구조 재편을 통해 AI 시대에 맞게 비즈니스 코어(Core·본질)를 변화시키는 것에 공감했습니다. 안전·보건·환경(SHE), 정보보안, 준법경영(Compliance) 분야에 대한 역량을 끌어올려 회사의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지는 것에도 힘을 쏟기로 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은 데이터 관리 체계 강화, AI 윤리 가이드라인 수립, 정보보안 및 준법경영 체계 확립이 필수입니다.
CEO들은 향후 멤버사별 AI 추진 성과와 과제 공유 및 점검을 통해 그룹 전체의 AI 실행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협업 시너지를 도모하기로 했습니다. 최 회장은 AI 시대를 맞아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주축으로 하되 고객에게 종합적이면서도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해줄 수 있는 사업자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 회장은 "SK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AI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를 기반으로 고객들에게 가장 효율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자로 진화해야 한다"면서 "멤버사들의 역량을 결집하고 파트너들과의 개방적 연대를 통해 대한민국 AI 생태계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기업은 AI를 단순한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장기적 성장의 '엔진'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십의 관점 전환이 필요합니다. AI를 도입하는 목적이 '효율'에서 '가치 창출'로 이동해야 합니다. 운영개선과 도메인 지식이 결합된 기업만이, AI 시대의 리스크를 통찰로 바꾸어낼 수 있습니다.
AI 중심의 경영 시대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기업에게 AI는 기회가 아니라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최태원 회장이 강조했듯, 운영개선과 도메인 지식이라는 기본기가 먼저 갖춰져야 AI 전환이 진정한 성과로 이어집니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기의 회복'입니다. 기업이 AI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이루려면, 지금 당장 내부의 구조를 점검하고 본질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SK그룹의 이번 CEO 세미나는 AI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들에게 '기본기'와 '도메인 지식'이라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