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첨단 파운드리 공장이 가동을 앞두고 있다. 3나노 이하 GAA 공정 기반의 테일러 공장은 테슬라와의 대규모 AI칩 계약으로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으며, 한국 협력사들의 대거 진출로 ‘메이드 인 USA’ 반도체 공급망이 본격적으로 구축되고 있다.
미국 텍사스 테일러, 삼성의 차세대 반도체 거점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약 370억 달러(52조 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 거점을 강화하고 있다. 그 중심이 되는 곳이 바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다. 2021년 부지 선정 이후 약 3년 만에 공정률 90%를 넘기며, 내년 초 본격적인 양산을 앞두고 있다.
테일러 공장은 3나노 이하 GAA(Gate-All-Around) 공정을 적용한 차세대 파운드리 시설이다. 이 공정은 전력 효율과 성능을 극대화해 고성능 연산용 AI 반도체에 최적화되어 있다.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 및 AI 칩(‘AI6’)을 생산할 예정이며, 향후 ‘AI5’까지 추가 물량 확보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는 단순한 공장 신설이 아니라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직접 구축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다. 이를 통해 미국 내 자동차, 전장, 인공지능, 로봇 산업의 핵심 칩 공급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테일러시 인근 오스틴 캠퍼스와의 연계로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향후 3단계 확장을 통해 2031년까지 전체 산단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협력사들의 미국 동반 진출, 반도체 생태계 확장
삼성전자의 글로벌 확장에 발맞춰 한국 반도체 협력사들도 속속 텍사스로 진출 중이다. 솔브레인, 동진쎄미켐, 아이마켓코리아 등 주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이 현지 생산거점을 확보하며 ‘K반도체 생태계’가 미국 현지에서 재편되고 있다.
솔브레인은 약 8,000억 원을 투자해 반도체용 정밀화학 소재 공장을 건설 중이며,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진쎄미켐은 1,000억 원 규모의 포토레지스트 시너 생산 공장을 세운 데 이어 1,600억 원을 추가 투자해 설비를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소재들은 첨단 리소그래피 공정에 필수적인 핵심 자재로, 삼성의 3나노 공정 안정성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산업자재 유통 전문기업 아이마켓코리아의 미국 자회사 아이마켓아메리카(IMA)는 ‘그래디언트 테크놀로지 파크’ 조성에 착수했다. 이 단지는 약 86만㎡ 규모로 조성되며,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 인근에 자리 잡아 소부장 기업들의 현지 생산·공급 체계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처럼 한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은 단순한 하청이 아닌 동반 성장형 글로벌 공급망 구축 전략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가 중심이 되어 장비, 소재, 인프라, 엔지니어링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미국 땅 위에서 새롭게 그려가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 계약으로 가속화되는 삼성의 AI칩 경쟁력
삼성전자는 2025년 7월 테슬라와 약 165억 달러(약 23조 원) 규모의 AI 반도체 칩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을 통해 테슬라의 ‘AI6’ 칩을 테일러 공장에서 생산하며, 차세대 ‘AI5’ 칩 일부 물량도 수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및 AI 연산용 칩은 고성능·저전력 특성을 요구하는 첨단 공정의 결정체로, GAA 기술을 갖춘 삼성만이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는 실적 발표 자리에서 “AI5 칩은 TSMC와 삼성전자가 함께 생산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삼성의 기술 경쟁력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이 계약은 단순히 하나의 공급 협약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테일러 공장을 통해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는 전환점이 되고 있으며, 동시에 미국 내 반도체 자립을 위한 핵심 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의미를 지닌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과 협력사들이 미국 현지에서 소재·부품·장비를 모두 생산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며, “이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 이후 가장 성공적인 리쇼어링(Reshoring) 사례 중 하나”라고 평가한다.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은 단순한 해외 생산기지가 아니라 미국 중심의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 구축 프로젝트로 평가받는다. 테슬라와의 협력으로 AI칩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한국 협력사들과 함께 새로운 가치사슬을 형성하고 있다. 앞으로 테일러 공장이 글로벌 기술 경쟁의 중심 무대로 자리 잡을지, 삼성의 행보에 전 세계 산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