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글로벌 증시가 단기 조정을 겪는 가운데, 역설적으로 인공지능(AI) 관련 펀드로 자금이 쏠리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AI 버블' 경고가 이어지지만, 펀더멘털에 대한 믿음과 장기 성장 기대가 자금 흐름을 바꾸고 있습니다. 왜 투자자들은 하락장 속에서도 AI 펀드에 돈을 맡길까요? 이 현상의 배경과 시장 구조 변화를 살펴봅니다.
AI 펀드에 몰리는 자금, 단순한 광풍일까
2025년 11월 5일까지의 주간 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주식 펀드에는 약 223억 7,000만 달러가 유입되었습니다. 이는 10월 1일 이후 5주 만에 최대 규모의 자금 유입으로, LSEG Lipper 데이터가 보여줍니다. MSCI 월드 지수가 사상 최고치 대비 약 1.6% 하락한 상황에서도 돈이 계속 흘러들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 자금 흐름의 중심에는 바로 AI 관련 기업과 기술 섹터가 있습니다. 글로벌 기술 부문은 42억 9,000만 달러를 유치했으며, 이는 최소 2022년 이후 최대 주간 순유입입니다. 미국만 보면 기술 섹터가 23억 8,000만 달러를 끌어모았는데, 이는 5주 만에 가장 큰 주간 유입입니다.
투자자들은 단기적 가격 변동보다, AI 산업이 향후 기업 이익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장기 성장성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AI 관련 기업 거래 증가에 대해 낙관적이며, 시장 조정 기간 동안 오히려 매수 비중을 높이고 있습니다.
UBS 글로벌 자산관리의 마크 헤펠레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랠리를 뒷받침하는 펀더멘털은 견고하다"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투자자들은 '버블' 논란보다 기술 혁신이 주도하는 구조적 변화를 더 신뢰하는 셈입니다. 단기 조정은 오히려 '매수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자금 흐름의 변화, AI 중심으로 재편
AI 열풍은 특정 국가나 산업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미국, 아시아, 유럽 모두 AI를 중심으로 자금이 재편되고 있습니다. 미국 주식 펀드는 126억 달러, 아시아 펀드는 59억 5,000만 달러, 유럽 펀드는 24억 1,000만 달러를 각각 유치했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이 특정 지역보다는 AI 산업 생태계 전반에 베팅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펀드 구성에서도 대형주 중심의 AI 관련 종목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습니다. 미국 대형주 펀드는 119억 달러를 끌어모은 반면, 중형주는 11억 7,000만 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했습니다. 글로벌 대형주 펀드 전체로는 119억 달러가 유입되었습니다. 시장은 불안정하지만, AI를 중심으로 한 '퀄리티 자산 선호'가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채권 펀드와 머니마켓 펀드로의 자금 흐름도 주목할 만합니다. 글로벌 채권 펀드는 103억 7,000만 달러를 유치하며 29주 연속 순유입을 기록했고, 머니마켓 펀드는 1,469억 5,000만 달러를 끌어모았는데 이는 10개월 만에 최고치입니다. 미국만 보면 채권 펀드가 44억 7,000만 달러, 머니마켓 펀드가 1,180억 5,000만 달러를 유치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단기 트레이딩보다 장기 구조 변화에 초점을 맞춘 투자 흐름으로 해석됩니다. AI 인프라 투자가 경제의 새로운 축이 되고 있다는 판단이 글로벌 자금 재편을 이끌고 있는 것입니다.
AI 버블인가, 아니면 새로운 성장의 시작인가
일각에서는 AI 투자 과열을 우려합니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는 단순한 '버블'로 보기 어렵습니다. PitchBook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AI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탈(VC) 투자액은 1,927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전 세계 VC 자금의 53.2%를 차지합니다. 미국만 보면 62.7%가 AI 기업에 투자되었습니다.
2024년 전체 데이터를 보면 AI 기업에 대한 VC 투자는 1,0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이는 2023년의 556억 달러에서 80%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글로벌 VC 투자의 33%가 AI 기업으로 향했으며, 이는 지난 10년간 최고 수준입니다. 2025년 1월에는 글로벌 VC 투자 260억 달러 중 57억 달러(22%)가 AI 기업에 투자되었습니다.
AI 및 빅데이터 펀드 자산도 급증했습니다. Morningstar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소재 AI 및 빅데이터 펀드 자산은 2025년 5월까지 단 2년 만에 14배 증가하여 55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유럽의 경우 지난 5년간 5배 증가하여 227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2022년 말 ChatGPT 3.5 공개 이후 투자자 열기가 급증했고, 2025년 초에는 중국 AI 리더 DeepSeek의 성공으로 중국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증하며 기록적인 유입을 보였습니다.
Goldman Sachs Research는 AI 투자가 2025년까지 미국에서 약 1,000억 달러, 전 세계적으로 약 2,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러한 투자는 AI 모델 학습 및 운영을 위한 하드웨어, 데이터센터 인프라, AI 기반 소프트웨어, 그리고 이러한 서비스를 구매하는 기업 최종 사용자 등 4개 주요 부문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요 기술 기업들의 자본 지출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Synergy Research Group에 따르면 글로벌 하이퍼스케일 자본 지출은 2025년 2분기에 1,270억 달러로 전년 대비 72% 증가했습니다. 자본 지출 강도는 2021년 매출의 9% 미만에서 2025년 상반기 16% 이상으로 증가했는데, Synergy는 이 수준이 통신과 같은 다른 인프라 집약적 산업과 비슷해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AI에 대한 자본 지출이 향후 3년간 3조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수익성도 증명되고 있습니다. 지난 8분기 동안 하이퍼스케일러의 디지털 서비스 매출은 연간 약 18% 성장했으며, 생성 AI가 분기당 약 500억 달러의 추가 매출을 더했습니다. Meta는 2025년 초 Meta AI가 10억 명의 활성 사용자를 확보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러한 자금의 성격은 단기적 투기보다는 산업 기반을 다지는 실질 투자에 가깝습니다. 동시에 채권과 머니마켓 펀드에도 자금이 몰리며,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즉, AI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단순한 투기심리가 아닌, 리스크 관리 속에서의 선택적 성장 투자로 볼 수 있습니다.
PitchBook의 카일 샌포드 연구 이사는 "시장이 어디를 보든 양극화되어 있다. AI에 속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대형 기업이거나, 그렇지 않거나"라고 말했습니다. 과대평가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AI의 장기 성장 잠재력이 현재의 자본 유입을 정당화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습니다. 분석가들은 조정이 발생하더라도 AI는 광범위한 산업 응용으로 인해 벤처 펀딩의 핵심 초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합니다.
글로벌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자금의 흐름은 명확합니다. 투자자들은 단기 변동성보다 AI가 만들어낼 미래 가치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버블 논란'은 존재하지만, 자금이 향하는 방향은 결국 성장의 본질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AI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시장의 모순이 아니라 기술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단기 조정이 두렵다면, 오히려 지금이 '다음 AI 사이클'을 준비할 시점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