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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네덜란드 긴장 속 반도체 수출 재개 (기술 협상, 생산 정상화)

by 세미워커 2025.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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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네덜란드 긴장 속 반도체 수출 재개 (기술 협상, 생산 정상화)

 

최근 중국과 네덜란드 사이의 반도체 갈등이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5년 11월 7일, 네덜란드 총리가 중국의 Nexperia 공장에서 칩 수출이 재개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자동차 산업 전반의 위기감이 일부 해소됐습니다. 그러나 생산 정상화 이상의 문제, 즉 기술 안보와 기업 통제권이라는 본질적 갈등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무역 질서의 불안정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향후 협상의 방향이 세계 산업계에 미칠 파장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기술 협상, 반도체 외교의 새로운 전선

최근 한 달 이상 이어진 중국과 네덜란드의 Nexperia 사태는 무역 문제를 넘어, 기술 패권을 둘러싼 외교적 줄다리기였습니다. 2025년 9월 30일, 네덜란드는 '물자 가용성법(Goods Availability Act)'을 발동해 중국 소유의 Nexperia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했습니다. 네덜란드 경제부는 "최근 심각한 지배구조 결함과 행위의 급박한 신호들"이 관찰되었으며, 이는 네덜란드와 유럽의 경제 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조치는 미국의 압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2024년 12월 Nexperia의 모회사인 Wingtech을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해 블랙리스트에 올렸고, 2025년 9월 29일에는 '관계사 규칙(Affiliates Rule)'을 통해 미국 실체 리스트 기업이 50% 이상 소유한 모든 자회사로 수출 규제를 확대했습니다. Wingtech이 Nexperia의 75% 이상을 소유하고 있어, Nexperia는 이 규제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네덜란드 기업 법원은 10월 1일 Wingtech 설립자이자 CEO인 장쉐정(Zhang Xuezheng)을 Nexperia 직책에서 정직시켰으며, 거의 모든 주식을 독립 관리자 통제하에 두었습니다.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동관(Dongguan)에 위치한 Nexperia 중국 공장의 칩 수출을 중단시켰습니다. Nexperia는 자동차용 트랜지스터와 다이오드를 포함한 시장 부문에서 4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핵심 공급업체로, 이 수출 중단은 전 세계 자동차 생산 차질을 우려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갈등은 11월 초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11월 초 한국에서 열린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 이후, 백악관은 중국이 Nexperia 반도체 수출 금지를 완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11월 7일, 중국 상무부는 수출 허가 및 면제를 승인해 Nexperia의 중국 공장에서 칩 수출 재개를 허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같은 날 브라질 벨렘 기후 정상회의 부대행사에서 네덜란드 딕 스호프 총리는 "중국이 Nexperia의 중국 공장에서 공급 재개를 허용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중국 상무부 대변인 허야동은 11월 7일 기자회견에서 "네덜란드는 이 상황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며 "네덜란드가 기업 내부 업무에 대한 간섭을 중단하고 건설적인 해결책을 찾을 것"을 촉구했습니다. 양국은 기후 정상회의라는 외교적 틀 안에서 협상을 이어가며 타협점을 찾았지만, 이번 합의는 단기적인 생산 정상화를 위한 임시방편일 뿐, 기술 통제권과 기업 지배 구조에 대한 근본적 해답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생산 정상화, 글로벌 공급망 회복의 관건

네덜란드 경제부 장관 빈센트 카레만스는 11월 7일 성명에서 "Nexperia의 중국 공장에서 유럽과 세계 다른 지역으로의 칩 선적이 앞으로 며칠 내에 고객에게 도달할 것"이라며 중국의 결정을 환영했습니다. Nexperia 공장의 칩 출하가 재개되면서 자동차 산업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습니다. 한동안 반도체 부족으로 조립라인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던 유럽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이번 소식에 안도감을 표했습니다.

그러나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는 "수출 통제 면제가 어떻게 부여될지에 대한 실무적 질문들이 남아 있다"며 "안전한 물품 흐름이 다시 시작될 때까지 상황은 여전히 중대하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은 수출 면제를 케이스별로 승인하는 방식을 채택했으며, 이는 추가적인 절차와 불확실성을 의미합니다.

생산 재개가 곧 위기 해소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단 한 곳의 공장 중단만으로도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Nexperia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독일과 영국에서 전공정 제조를 수행하고 중국에서 상당량의 칩 패키징과 유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공급망이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집중된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Nexperia는 1920년대 Philips가 런던의 Mullard Radio Valve Company와 함부르크의 Valvo를 인수하면서 시작되었으며, 2006년 Philips에서 분사해 NXP Semiconductors가 되었고, 2018년 Wingtech이 36억 3,000만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현재 유럽, 아시아, 미국에 12,5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8만 제곱미터 이상의 제조 시설에서 연간 500억 개 이상의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유럽 각국은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반도체 기술의 핵심인 노광장비를 보유한 ASML을 중심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자체 칩 설계 및 제조 역량을 키워 기술 자립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외교적 균형, 기술 안보와 경제 이익의 충돌

이번 사태는 기술 안보와 경제 실익이 얼마나 첨예하게 맞부딪히는지를 보여줬습니다. 네덜란드는 미국과의 동맹 관계 속에서 반도체 수출 통제를 유지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동시에 중국과의 무역 의존도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Nexperia처럼 중국 자본이 관여된 기업의 경우, 국가 안보와 산업 보호의 경계가 모호해집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중국이 수출을 재개하고 칩 선적이 재개되었으며 Nexperia 본사와 중국 법인 간의 재정 문제가 해결되었음을 확인하면 빠르면 다음 주에 통제권을 철회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합니다. 다만 카레만스 장관의 11월 7일 성명에서는 통제권 포기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네덜란드는 이러한 발전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지원할 것이며, 필요한 경우 우리 측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만 밝혔습니다. 경제부는 추가 논평을 거부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이번 협상을 통해 공급망을 무기화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었습니다. 글로벌 시장의 신뢰를 잃을 경우, 자국 반도체 기업의 성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양국 모두 일정 수준의 타협을 선택했지만, 이는 기술 주권을 둘러싼 본질적 경쟁의 일시적 휴전일 뿐입니다.

전문가들은 향후 유럽 각국이 미국과의 기술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조율하기 위해 선택적 협력 전략을 펼칠 것으로 전망합니다. 즉,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통제를 강화하되, 실물 산업에서는 협력을 확대하는 양면 전략입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반도체는 단순한 산업재를 넘어 외교적 자산으로서의 위상을 굳히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조치 시점과 미국의 수출 규제 확대 시점이 맞물린 것, 그리고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직후 상황이 급전된 것은 이 사태가 단순한 기업 지배구조 문제가 아닌 지정학적 갈등의 일부임을 보여줍니다. 네덜란드는 2023년에도 Nexperia의 칩 스타트업 Nowi 인수 건을 조사했으나 결국 승인한 바 있으며, ASML의 중국 수출 제한 조치에도 참여해 왔습니다.

중국과 네덜란드의 반도체 수출 재개는 글로벌 경제의 숨통을 잠시 틔웠지만, 근본적 긴장은 여전합니다. 기술 안보, 기업 통제, 외교 균형이라는 세 가지 축이 얽힌 이번 사태는 무역 이슈를 넘어선 지정학적 사건입니다. 앞으로 각국이 기술 주권을 어떻게 재정립하느냐에 따라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달라질 것입니다. 이번 협상이 보여준 교훈은 명확합니다. 공급망의 안정은 협력에서 비롯되지만, 기술의 주도권은 끝없는 경쟁 속에서 확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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