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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레 지구, 팔라펠 냄새와 갤러리 사이에서 잃어버린 오후 올림픽이 한창이던 여름 파리, 정확히는 8월 초 어느 화요일 오후 두 시였습니다. 원래 계획은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생폴역에서 내려 마레 지구를 느긋하게 걷는 것이었는데, 올림픽 기간 교통 통제로 버스 노선이 반쯤 바뀌어 있었습니다. 결국 센 강 다리 두 개를 건너 걸어서 들어갔는데, 그 덕분에 저는 파리를 처음 왔을 때도, 두 번째 왔을 때도 보지 못했던 골목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불편함이 여행의 루트를 바꿔놓은 셈이었습니다.파리는 세 번째 방문부터 달리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냄새 때문에 당황했고, 두 번째는 유로 기간이라 온 도시가 축구공처럼 들떠 있었습니다. 세 번째가 되어서야 비로소, 아 사람들이 파리를 찾는 이유가 이거구나 싶었습니다. 마레 지구는 그 깨달음이 가장 또렷하게 새겨진 동네였.. 2026. 4. 7.
카오산 로드, 성지라는 말이 무색했던 새벽 새벽 두 시, 수완나품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오전 여섯 시였습니다. 방콕 시내에서 공항까지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어딘가에서 서너 시간을 버텨야 했고, 마침 카오산 로드가 근처였습니다. "배낭여행자의 성지"라는 말은 저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고, 이번에 처음으로 직접 확인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짐을 끌고 카오산 로드에 발을 들인 건 밤 열한 시가 조금 넘어서였습니다. 그 순간부터 제 기대는 조금씩, 그러나 꽤 확실하게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전설처럼 들어온 거리, 카오산 로드카오산 로드는 방콕 구시가지 프라나콘 지구에 위치한 400미터 남짓한 거리입니다. 1980년대부터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와 환전소가 모이면서 세계 각지의 배낭여행자들이 자연스럽게 몰려들었고, 언제부턴가 "여행자들이 모이는 곳"이라.. 2026. 4. 6.
스위스 니옹 (니옹 성, 레만 호수, 제네바 근교) 니옹(Nyon)이라는 도시 이름을 출장 전날 밤까지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제네바에 몇 번 다녀왔음에도 지도에서 그냥 지나쳤던 이름이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비게 된 하루, 기차로 30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찾아간 그곳이 제 스위스 기억에서 가장 선명하게 남은 도시가 됐습니다.니옹 성, 기대 없이 올라간 곳에서 만난 뷰혹시 여행지를 고를 때 기대가 없을수록 더 인상 깊었던 경험, 한 번쯤 있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니옹에서 그 경험을 했습니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도시의 규모가 먼저 와닿았습니다. 작다. 정말로 작습니다. 하지만 그 작음이 위축감이 아니라 일종의 안도감으로 다가왔습니다.골목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니옹 성(Château de Nyon)이 나옵니다. 샤토(Château)란 프랑스어로 성 또는.. 2026. 4. 5.
빌바오 여행 (구겐하임, 핀초스, 날씨 복불복) 스페인 여행지 하면 뭘 떠올리십니까? 십중팔구 바르셀로나 아니면 마드리드일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 두 도시를 제쳐두고 빌바오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흐린 하늘, 낯선 언어, 축구 클럽 하나로 시작된 빌바오와의 인연이 결국 유럽에서 손꼽히는 미술관 경험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글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빌바오 여행에서 진짜 시간을 쓸 곳과 그렇지 않아도 될 곳을 솔직하게 짚어봅니다.구겐하임 미술관, 건물이 이미 전시다빌바오를 처음 알게 된 건 순전히 아슬레틱 빌바오(Athletic Club) 때문이었습니다. 아슬레틱 빌바오는 바스크 지방 출신 선수만 등록할 수 있다는 독특한 카탈레이션(Cantera) 정책, 즉 지역 유소년 육성 시스템에만 의존하는 클럽 철학으로 유명합니다. 이 원칙을 100년 .. 2026. 4. 4.
시체스 여행 (접근성, 볼거리, 맛집) 바르셀로나를 여러 번 다녀온 여행자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겁니다. "이번엔 바르셀로나 말고 근교 어딘가를 가볼까?" 저도 정확히 같은 이유로 세 번째 바르셀로나 방문에서야 처음으로 시체스(Sitges) 행 기차를 탔습니다. "영화제 도시"라는 수식어 때문에 왠지 축제 기간에만 빛나는 곳일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거든요. 가보니 정말 그것은 그저 선입견일 뿐이었습니다. 영화제가 아니더라도 정말 가볼만한 곳이었어요.접근성: 40분이면 닿는다는 말, 진짜일까일반적으로 바르셀로나에서 시체스는 "기차로 40분"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직접 타봤는데, 이건 사실입니다. 바르셀로나 산츠(Sants) 역에서 R2 Sud 광역철도(Rodalies)를 타면 됩니다. 광역철도란 도심과 근교를 연결하는 통근형.. 2026. 4. 3.
베르사유 궁전 (정원 자전거, 거울의 방, 귀족 통제) 베르사유 궁전을 가본 적 있으신가요? 화려한 내부보다 정원에서 자전거를 타며 느낀 해방감이 더 강렬했던 곳이 바로 베르사유였습니다. 루이 14세가 귀족 반란을 피해 파리 외곽에 지은 이 궁전은 방만 2,300개에 달하는 유럽 최대 규모로, 단순한 왕의 집이 아니라 프랑스 정치의 중심이자 권력을 시각화한 건축물이었습니다. 저는 RER을 타고 30분을 달려 베르사유역에 내린 순간부터, 파리 도심과는 확연히 다른 느긋한 공기를 느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궁전보다 정원이 좋았습니다. 그 이유를 알아보시죠.왜 루이 14세는 파리를 떠나 베르사유에 궁전을 지었을까요?루이 14세가 베르사유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한 사치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귀족들이 일으킨 프롱드의 난(Fronde)이라는 반란을 직접 겪으.. 2026.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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