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50 호텔이냐 에어비앤비냐, 브베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스위스 브베(Vevey)로 떠나기 전날 밤 저는 꽤 오랫동안 에어비앤비 예약 버튼 위에서 손가락을 멈췄습니다. 모르는 집, 모르는 주인, 예상 못 한 변수들—SNS에서 "에어비앤비는 여행의 품격을 올려준다"는 말을 수십 번 읽었지만, 막상 예약창 앞에 서면 그냥 호텔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먼저 올라왔습니다.그 망설임을 밀어내고 예약 버튼을 눌렀을 때, 저는 아직 제가 어떤 선택을 한 건지 몰랐습니다. 기대했던 '그림 같은 호수뷰'와 실제로 맞닥뜨린 것들SNS에서 보던 브베는 언제나 레만호를 배경으로 한 호수뷰 테라스, 잘 차려진 조식 테이블, 깔끔하게 정돈된 객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그걸 바랐던 게 솔직한 사실입니다. 호텔 인피니티 풀에서 레만호를 내려다보는 사진을 찍겠다는 계획도 어렴풋이 있었.. 2026. 5. 23. 같은 도시, 두 번째엔 다른 도시가 된다 처음 바르셀로나에 갔을 때 저는 거의 뛰다시피 돌아다녔습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앞에서 사진 찍고, 람블라스 거리를 훑고, 구엘 공원 줄을 서고.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제가 여행을 하는 건지, 체크리스트를 지우는 건지. 두 번째로 그 도시에 다시 섰을 때 그 질문의 답을 찾았습니다.같은 도시를 두 번 가는 건 낭비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세상은 넓고 아직 못 가본 곳은 더 많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여행에서야 비로소 그 도시의 속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마지막이 아니라는 마음처음 방문하는 도시에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전제를 깔고 움직입니다. 그래서 피곤해도 더 걷고, 배가 불러도 한 군데를 더 들르고, 결국 여행이 끝날 무.. 2026. 4. 16. 싱가포르 3일, 비싼데 이유 있었다 교토에서 돌아온 직후 싱가포르行 비행기를 탔을 때, 솔직히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습니다. 교토는 낡고 조용한 것들이 값어치를 가지는 도시인데, 싱가포르는 반대로 새것과 효율이 전부인 곳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비싸기만 하고 감동은 없는 도시 아닐까'라는 편견을 솔직히 품고 있었죠. 3일이 지나고 짐을 싸면서, 저는 그 편견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습니다.도시 전체가 설계된 정원이었다마리나 베이 샌즈 주변을 처음 걸었을 때 든 생각은 "이건 공원인가, 도시인가"였습니다. 습도가 80%를 넘는 적도의 날씨 속에서도 보도블록 사이사이에 풀이 자라고, 고층 빌딩 사이로 열대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슈퍼트리는 사진으로 수십 번 봤던 것인데도, 실제로 그 아래 서서 올려.. 2026. 4. 15. 오사카는 보는 여행이 아니라 먹는 여행이었다 오사카 하면 도톤보리, 오사카성,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하루 동선의 중심이 된 건 지도 위의 명소가 아니라 골목 어귀의 냄새였습니다. 걷다가 멈추고, 먹고 나서 또 걷고, 어느 순간 하루가 다 지나 있는 도시. 오사카는 그런 식으로 여행자를 데리고 다닙니다.줄을 서면서 깨달은 것, 하나타코하나타코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걸 처음 봤을 때, '관광지 특수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줄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반팔 유니폼 차림의 현지 직장인, 장바구니를 든 동네 아주머니,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저 같은 여행자가 뒤섞여 있습니다. 이 구성이 왠지 신뢰감을 줬습니다.타코야키를 받아 들고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겉면의 굽기가 꽤 이상적이었습니다.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흐물.. 2026. 4. 14. 셔터 한번에 담긴 여행의 무게 2019년 11월, 영국 유학 시절이었습니다. 런던 외곽의 작은 필름 현상소 앞에서 저는 한 롤을 맡기며 망설였습니다. 한국보다 두 배는 비싼 현상·스캔 비용이 손에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 순간 문득 깨달았습니다. 이 망설임이야말로 필름 카메라가 저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라는 것을.36컷의 무게디지털 카메라를 들면 저도 모르게 손가락이 빨라집니다. 연사 버튼을 누르고 나중에 그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는 생각이 촬영보다 삭제를 먼저 떠올리게 만듭니다. 그런데 필름 카메라를 들면 그 흐름이 완전히 바뀝니다. 파인더를 들여다보고, 빛의 방향을 가늠하고, 이 장면이 한 컷을 쓸 가치가 있는지 잠깐 멈추게 됩니다.교토의 골목에서 저는 하루 종일 여섯 컷밖에 찍지 않은 날이 있었습니다. 이시베코지 돌담 사이.. 2026. 4. 13. 여행자의 마트 탐험기(코스트코, 여행경비) 7월 중순,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이었습니다. 시차 때문에 새벽 네 시에 눈이 떠져서 숙소 침대에 멍하니 누워 있다가, 결국 여행 첫날 장을 보러 나가기로 했습니다. 저는 미국에 올 때면 반드시 코스트코 카드를 챙겨오는 편입니다. 물가가 워낙 높은 나라이기도 하고, 마트 안에서 느끼는 현지 생활의 질감이 어떤 관광지보다도 솔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코스트코 카드 하나가 여행 경비를 바꾼다미국 물가는 체감상 한국보다 외식비가 두 배 가까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코스트코에서 장을 봐서 숙소에서 해결하면, 한국에서 먹는 것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걸 몇 번의 여행을 거치며 확인했습니다. 특히 일행이 많을수록 이 차이는 더 극명해집니다. 네 명이 함께 간 여행에서 이틀치 아침과 .. 2026. 4. 12. 이전 1 2 3 4 ··· 9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