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서안 여행 (병마용, 회민가, 진짜 시펑주)

by 리얼트래블 2026. 3. 14.
반응형

시안의 밤 사진

서안(Xi'an)을 처음 방문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건 "어디부터 가야 할까?"입니다. 기원전 210년경 만들어진 병마용 유물을 보유한 진시황제릉박물원(秦始皇帝陵博物院)에는 1호 갱에만 약 6,000개의 토용이 전시되어 있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은 중국 최고 관광지 중 하나죠(출처: UNESCO). 저는 최근 회사 출장으로 서안을 방문했는데, 현지 주재원 동료 덕분에 여느 패키지 여행보다 훨씬 깊이 있게 이 도시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병마용과 한양릉, 어디를 먼저 가야 할까

병마용(Terracotta Warriors)은 설명이 필요 없는 압도적인 유적입니다. 1974년 우연히 발견된 이 유적은 진시황제의 사후 세계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현재까지 발굴된 3개의 갱(pit) 중 1호 갱만 해도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저는 입구에 서 있는 진시황제 동상을 지나 갱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수천 개의 토용이 일렬로 정렬된 광경에 말 그대로 전율을 느꼈습니다.

여기서 토용(俑)이란 고대 중국에서 사람이나 동물을 본떠 만든 부장품을 의미하는데, 병마용의 경우 실제 사람 크기로 제작되었고 각각의 얼굴 표정과 갑옷 디테일이 모두 다릅니다. 이런 정교함은 당시 기술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죠. 제가 직접 가까이서 본 토용들은 2,000년이 넘는 세월에도 불구하고 보존 상태가 놀라울 정도로 양호했습니다.

하지만 병마용만큼 추천하고 싶은 곳이 또 있습니다. 바로 한양릉박물관(漢陽陵博物館)입니다. 한나라 경제(景帝) 시대의 능묘 유적인 이곳은 병마용에 비해 관광객이 훨씬 적어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유리 바닥 아래로 보이는 발굴 현장이었습니다. 약 40,000개의 작은 토용들이 미니어처 왕국처럼 배치되어 있는데, 병마용의 웅장함과는 또 다른 섬세한 아름다움이 있었습니다.

한양릉의 토용들은 병마용보다 크기가 작지만(약 60cm), 병사, 관리, 동물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어 당시 사회상을 더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인파에 치이지 않고 유적을 음미하고 싶다면 한양릉을 먼저 방문하고, 이후 병마용의 규모에 압도되는 순서를 추천합니다.

회민가 야시장과 진품 시펑주의 풍미

서안의 밤은 낮과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특히 회민가(Muslim Quarter, 回民街)는 8세기 실크로드 무역상들이 정착하며 형성된 지역으로, 지금도 후이족(回族) 무슬림 공동체가 살아가고 있습니다(출처: 중국문화관광부). 여기서 후이족이란 중국 내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민족으로, 한족과 외모는 유사하지만 독자적인 문화와 음식 전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녁 시간대에 회민가를 걸으면 양꼬치 굽는 냄새, 갓 구운 난(馕) 빵의 온기, 사람들의 호객 소리가 뒤섞여 오감을 자극합니다. 저는 주재원 동료의 안내로 로쟈모(肉夹馍)를 먹었는데, 이건 단순한 '고기 샌드위치'가 아니라 바삭한 빵 속에 양념된 고기가 육즙을 머금고 있는 서안의 소울푸드입니다. 뱡뱡면(Biang Biang Noodles)도 빼놓을 수 없는데, 면발 하나가 손바닥만 한 크기로, 쫄깃한 식감과 매콤한 양념이 일품이었습니다.

회민가 근처 용흥방(永興坊) 야시장에서는 수완주(摔碗酒)라는 독특한 술 문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술잔에 담긴 술을 단숨에 마시고 그릇을 벽에 던져 깨뜨리는 의식인데, 이는 한 해의 안녕과 행운을 기원하는 전통이라고 합니다. 다만 요즘은 너무 상업화되어 SNS 인증샷을 위한 이벤트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 이번 출장의 하이라이트는 진품 시펑주(西凤酒)를 맛본 경험입니다. 시펑주는 중국 4대 명주 중 하나로, 섬서성(陕西省)을 대표하는 백주(白酒)입니다. 여기서 백주란 곡물을 발효시켜 만든 중국 전통 증류주로, 알코올 도수가 보통 40~60도에 달합니다. 문제는 시중에 가짜가 너무 많아 조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행히 회사 거래처를 통해 공수한 정품을 마실 기회가 있었는데, 첫 모금을 삼키는 순간 왜 이 술이 명주로 불리는지 단번에 이해했습니다. 일반 백주의 강렬한 알코올 향과 달리, 시펑주는 과일 같은 은은한 향이 먼저 코를 자극하고, 입안에서는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풍미가 퍼졌습니다. 목 넘김도 훨씬 매끄러워 도수가 높은 술임에도 거부감이 덜했죠.

주재원 동료의 말에 따르면, 진품 시펑주는 반드시 공식 유통처에서 구매해야 하며, 가격이 지나치게 저렴하거나 포장 상태가 의심스러우면 피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실제로 마트에서 파는 저가 제품 중 상당수가 희석주이거나 아예 다른 술을 섞은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서안의 밤 풍경도 잊을 수 없습니다. 명나라 때 축조된 서안 성벽(西安城墙)은 1370년부터 건설이 시작되었으며, 전체 둘레 약 14km에 98개의 망루와 18개의 성문을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보존된 성벽입니다. 저는 성벽 위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며 고층 빌딩과 오래된 골목이 공존하는 서안의 야경을 감상했는데, 돌바닥의 덜컹거림과 함께 느껴지는 그 순간의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낯선 출장지에서 느낀 현지인의 따뜻한 배려, 황금빛으로 빛나는 야경, 그리고 입안 가득 퍼지는 진품 명주의 여운이 어우러져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 시간이었습니다. 서안은 단순히 유적을 보러 가는 도시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 속에서 진짜 중국을 체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만약 서안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병마용 외에도 한양릉, 회민가, 그리고 진품 시펑주를 꼭 리스트에 넣으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youtu.be/62ImL810YaI?si=aL-CzgXyX4HEBdBA

반응형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리얼모먼트 트래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