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 설계 역량에서는 여전히 주요 경쟁국에 비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 산업계, 학계가 협력하여 추진 중인 '팹리스 아카데미'와 같은 산학협력 기반의 반도체 설계 교육 프로그램은 기술자립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팹리스 아카데미 개소
2025년 11월 7일, 대한상공회의소는 경기도 판교테크노밸리 제1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경기도, 한국팹리스산업협회와 함께 '경기도 팹리스 아카데미 개소식'을 개최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이광재 민주당 지역위원장, 김경수 한국팹리스산업협회장과 기업 관계자 및 교육생 8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경기도 팹리스 아카데미는 국내 팹리스 기업의 40% 이상이 집중된 판교를 거점으로 하여, 산업 현장의 실질적 수요에 맞춘 교육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 이론 중심의 대학 교육과 차별화됩니다. 이는 정부의 '판교 K-팹리스 밸리' 조성 정책에 발맞춰 한국형 엔비디아 육성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인재양성 프로젝트입니다.
이 아카데미는 전국 최초로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팹리스 전문교육기관으로, 총 5억 5천만 원(경기도 2억 원, 대한상공회의소 3억 원, 고용노동부 5천만 원)을 투입해 제1판교 스타트업캠퍼스 3층에서 팹리스 기업 재직자와 취업 희망자를 대상으로 실무 중심의 기업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합니다.
아카데미는 반도체 설계 전 과정—RTL 설계, 검증, 레이아웃, 테스트—을 직접 실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으며, 교육생들은 실제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EDA 툴을 활용하여 제품 설계와 검증을 체험합니다. 넥스트칩, 텔레칩스, 하만 등 주요 팹리스 기업이 교육과정에 참여해 우수 수료생을 채용함으로써 교육과 고용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경기도의 산업정책 방향, 특히 반도체산업의 방향은 생태계 조성"이라며 "특정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보조금보다는 스스로 굴러가게끔 하는 인프라를 지원하고 공공 조달 등으로 마케팅을 지원하는 등 생태계를 만드는 데 최우선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반도체 인력양성의 필요성과 성과
현재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약 3%에 불과하며, 반도체산업협회는 2031년까지 약 5만 4,000명의 전문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시스템반도체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며, AI·자율주행·5G 확산과 함께 중요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습니다.
김경수 한국팹리스산업협회장은 "대학 중심의 교육만으로는 산업 현장의 빠른 기술 변화를 따라가기 어렵다"며 "석사 학위자조차 현장 투입 전 2~3년의 추가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인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산학협력 중심의 실무형 교육 강화가 필수적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6개 인력개발원을 통해 지난해 848명의 반도체 설계 전문인력을 양성했으며, 경기도 팹리스 아카데미를 통해 내년부터 매년 350명의 전문인력을 추가로 양성할 계획입니다. 한국팹리스협회 전문가와 협업해 팹리스 산업 현장에 기반한 반도체 설계 실습형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생이 현업 전문가와 함께 반도체 설계 전 과정을 직접 실습하도록 해 현장성 있는 반도체 설계 역량을 높일 계획입니다.
성남시는 가천대학교, 한국팹리스산업협회, 반도체공학회와 협업하여 시스템반도체 팹리스 설계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2년 1기 수료생의 경우 취업률이 90%에 달했으며, 2023년 2기는 수료생 30명 중 76.6%인 23명이 판교 제1·2 테크노밸리 등에 있는 팹리스 기업에 취업했습니다. 2024년에는 제3기로 60명을 모집하여 4개월간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교육사업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의 구조적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로, 한국형 인재 양성 모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약 70%는 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메모리 중심 산업구조에 치우쳐 있으며, 설계·소프트웨어 중심의 시스템반도체 영역에서는 대만, 미국, 일본 등 주요 경쟁국에 비해 기술 격차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 확대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의 혁신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인적 기반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팹리스 아카데미와 같은 교육기관은 산업현장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교육을 통해 실질적인 기술자립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2024년 9월에는 판교테크노밸리에 '시스템반도체 개발지원센터'가 개소하며 팹리스 생태계 구축이 가속화되었습니다. 'K-팹리스 밸리' 조성 정책과 연계되어 판교, 용인, 인천 등 주요 지역에서 팹리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이상복 대한상의 인력개발사업단장은 "경기도 팹리스 아카데미는 지역 전략산업 육성 정책과 산업계 현장 수요, 대한상의 교육 노하우가 결합한 반도체 인재양성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며 "인천-물류, 부산-조선 등 지역 전략산업을 이끌어갈 인재양성 체계를 구축해 첨단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단기적으로는 인력난 해소에, 장기적으로는 시스템반도체 설계·검증·양산 등 전주기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산학협력 기반의 반도체 설계 교육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전환점입니다. 팹리스 아카데미를 중심으로 한 실무 중심의 교육 모델은 산업계의 즉각적인 수요에 대응하고, 장기적으로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기술자립을 이끌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협력하여 이러한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시킬 때, 한국은 명실상부한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