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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갈등 완화…한국은 수혜국 될까?

by 세미워커 2025.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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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갈등 완화…한국은 수혜국 될까?

 

 

2025년 10월 30일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무역전쟁의 일시적 휴전에 대한 실질적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지배하고 있는 갈륨, 게르마늄, 안티몬, 흑연 등의 수출 제한 완화는 관련 산업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조치가 한국에 가져올 수 있는 시사점과 산업·정책 측면의 전략적 기회를 살펴봅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유예, 무엇이 달라졌나

중국은 2025년 10월 9일 갈륨, 게르마늄, 안티몬 등 희토류 핵심 광물에 대해 수출을 강하게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주로 미국의 반도체, 배터리, 방산 기술 제한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되었습니다. 그러나 2025년 10월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공군기지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무역전쟁의 '휴전'에 합의했고, 그 일환으로 중국은 해당 광물의 대미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발표했습니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반도체·태양광·레이저 산업에, 안티몬은 군수 및 배터리에, 흑연은 2차전지 음극재로 필수적입니다. 중국은 이들 광물의 글로벌 생산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수출 통제는 전 세계 공급망을 즉각 위협하는 요소였습니다. 중국 상무부는 10월 30일 "10월 9일 발표한 이중용도 물자 수출통제 조치를 2026년 11월 27일까지 1년간 유예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회담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길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희토류는 전부 해결됐다. 그 장애물은 이제 없어졌다"며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고 이후 유예를 매년 연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우리는 희토류에 대한 중국의 수출통제에 집중했으며 중국은 희토류 공급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유예는 '완전한 해제'가 아닌 '일시 중단'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지정학적 리스크는 상존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의 숨통을 트이게 만들며, 이에 따른 산업계의 불확실성도 일부 해소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우호적인 기술 협력 국가인 한국 입장에서는 잠재적인 기회로 연결될 수 있는 조치입니다.

부산 회담 이후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 변화

부산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무역 갈등을 장기화하는 데 대한 상호 부담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6년 4개월 만에 열린 이 회담에서 두 정상은 약 1시간 40분(100분)간 대화를 나눴습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우려와 자국 산업의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었고, 중국은 외자 유출과 내수 둔화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희토류 수출 유예는 정치적 상징성과 산업적 실리를 동시에 담은 조치였습니다.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멋진(amazing) 회담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거의 모든 것에서 매우 수용 가능한 형태로 합의를 했다"며 "많은 결정이 이뤄졌고 남은 것이 많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희토류 문제 외에도 실질적 조율이 이뤄졌습니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펜타닐 관세를 20%에서 10%로 인하했고, 중국은 미국산 대두를 즉시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상호 입항 선박에 부과하려던 수수료도 유예하기로 했으며, 반도체 수출 통제도 후속 협상을 통해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하고, 이후 시진핑 주석이 플로리다주 팜비치 혹은 워싱턴DC를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내달 중순 만료되는 미중 간 '초고율 관세 유예' 기간의 재연장 문제에 합의했는지 여부는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국면은 미국 외 국가들에 '틈새 기회'를 열어주었습니다. 반도체, 배터리 소재에서 중국의 대안 생산지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은 더욱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것입니다.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는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한국은 기술 협력과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산업 전략, 지금이 전환점일 수 있다

희토류 통제 완화는 자원 공급의 회복을 의미할 뿐 아니라, 한국 산업계가 새로운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이미 반도체, 2차전지 등 첨단 제조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소재·부품·장비 자립화를 목표로 꾸준히 기술 내재화를 추진 중입니다.

정부는 신속하게 대응에 나섰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월 16일 민관 합동 희토류 공급망 대응회의를 열고 희토류 공급망 TF를 가동하기로 했습니다. TF에는 산업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외교부, 무역안보관리원, 광해광업공단, 희속금속센터, KOTRA 등이 참여합니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지난 중국의 조치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우리 첨단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산업이 외부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토대를 갖출 수 있도록 민관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0월 31일에는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6차 공급망안정화위원회가 열려 희토류 공급망 대응 방안, 공급망안정화기금 출범 1주년 성과 및 개선방안, 핵심광물 재자원화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구윤철 장관은 "희토류 공급을 위해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투자·융자를 촉진하고, 희토류 저감기술 개발 및 희토 영구자석 재자원화, 공공 비축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희토류 공급망 TF는 연내에 희토류 공급망 종합대책을 내놓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가 높았던 상황에서, 이번 유예 조치는 한시적 숨 고르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 시기를 활용해 대체 광물 확보, 재활용 기술 개발, 국내 채굴·정제 기술 강화 등 장기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동해야 합니다. 이미 국내 일부 기업은 캐나다, 호주 등과의 희토류 공급 계약을 확대하고 있으며, 정부 역시 전략광물 확보를 위한 예산 확대를 검토 중입니다.

미국과의 기술·공급망 협력은 한국에게 단순한 수출입 관계를 넘는 전략적 가치로 다가옵니다. 글로벌 첨단 공급망 내 '핵심 고리'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고, 투자 유치 및 기술 이전 기회를 선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관련된 배터리 요건 강화는 한국 기업에게 더욱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한편 미국은 '탈중국' 희토류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미국 상무부와 전쟁부(국방부)는 희토류 자석 가공 업체 벌컨엘리먼츠와 희토류 정제 및 재활용 업체 리엘리먼트테크놀로지스에 총 14억 달러(약 2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미 국방부는 올해 7월 미국 최대 희토류 채굴 업체인 MP머티리얼스에 4억 달러를 투자하며 지분 15%를 취득해 최대주주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투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희토류 공급망을 구축하고 중국의 지배력을 저지하기 위해 기꺼이 거액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신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유예 조치는 미·중 간 갈등이 일시적으로 완화되는 신호이자, 한국에게는 중대한 기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와 2차전지 등 핵심 산업에서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으로 도약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지금이 전략과 투자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시기입니다. 다만 1년 유예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며, 2026년 이후 재연장 여부는 미중 관계에 달려 있습니다. 산업계와 정부는 이 일시적 해빙기를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도약대로 삼아, 해외자원개발 투자, 재활용 기술 개발, 공공 비축 확대, 대체 소재 연구 등 다각적인 전략을 추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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