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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세이3

호텔이냐 에어비앤비냐, 브베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스위스 브베(Vevey)로 떠나기 전날 밤 저는 꽤 오랫동안 에어비앤비 예약 버튼 위에서 손가락을 멈췄습니다. 모르는 집, 모르는 주인, 예상 못 한 변수들—SNS에서 "에어비앤비는 여행의 품격을 올려준다"는 말을 수십 번 읽었지만, 막상 예약창 앞에 서면 그냥 호텔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먼저 올라왔습니다.그 망설임을 밀어내고 예약 버튼을 눌렀을 때, 저는 아직 제가 어떤 선택을 한 건지 몰랐습니다. 기대했던 '그림 같은 호수뷰'와 실제로 맞닥뜨린 것들SNS에서 보던 브베는 언제나 레만호를 배경으로 한 호수뷰 테라스, 잘 차려진 조식 테이블, 깔끔하게 정돈된 객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그걸 바랐던 게 솔직한 사실입니다. 호텔 인피니티 풀에서 레만호를 내려다보는 사진을 찍겠다는 계획도 어렴풋이 있었.. 2026. 5. 23.
같은 도시, 두 번째엔 다른 도시가 된다 처음 바르셀로나에 갔을 때 저는 거의 뛰다시피 돌아다녔습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앞에서 사진 찍고, 람블라스 거리를 훑고, 구엘 공원 줄을 서고.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제가 여행을 하는 건지, 체크리스트를 지우는 건지. 두 번째로 그 도시에 다시 섰을 때 그 질문의 답을 찾았습니다.같은 도시를 두 번 가는 건 낭비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세상은 넓고 아직 못 가본 곳은 더 많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여행에서야 비로소 그 도시의 속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마지막이 아니라는 마음처음 방문하는 도시에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전제를 깔고 움직입니다. 그래서 피곤해도 더 걷고, 배가 불러도 한 군데를 더 들르고, 결국 여행이 끝날 무.. 2026. 4. 16.
셔터 한번에 담긴 여행의 무게 2019년 11월, 영국 유학 시절이었습니다. 런던 외곽의 작은 필름 현상소 앞에서 저는 한 롤을 맡기며 망설였습니다. 한국보다 두 배는 비싼 현상·스캔 비용이 손에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 순간 문득 깨달았습니다. 이 망설임이야말로 필름 카메라가 저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라는 것을.36컷의 무게디지털 카메라를 들면 저도 모르게 손가락이 빨라집니다. 연사 버튼을 누르고 나중에 그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는 생각이 촬영보다 삭제를 먼저 떠올리게 만듭니다. 그런데 필름 카메라를 들면 그 흐름이 완전히 바뀝니다. 파인더를 들여다보고, 빛의 방향을 가늠하고, 이 장면이 한 컷을 쓸 가치가 있는지 잠깐 멈추게 됩니다.교토의 골목에서 저는 하루 종일 여섯 컷밖에 찍지 않은 날이 있었습니다. 이시베코지 돌담 사이.. 2026.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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