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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 DEI 보고 중단의 배경과 파장

by 세미워커 2025.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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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 DEI 보고 중단의 배경과 파장

 

세계 최대 기술 기업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가 10년 넘게 이어오던 인력 다양성(DEI) 보고를 돌연 중단했습니다. 이 결정은 보고서 중단이 아니라, 기업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신호탄입니다. 정치적 압력, 내부 구조 조정, 경영 전략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나타난 이번 움직임은 글로벌 HR, ESG, 경영 투명성 논의의 새로운 분기점이 되고 있습니다.

인력 다양성 보고 중단의 배경

지난 10여 년 동안 기술 대기업들은 다양성과 포용성(Diversity, Equity, Inclusion)을 핵심 가치로 내세워왔습니다. 2014년 제시 잭슨 목사와 Rainbow PUSH Coalition 등 시민권 단체의 압력으로 시작된 연례 인력 다양성 보고는 업계의 투명성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구글은 당시 인사 담당 책임자였던 라즐로 복(Laszlo Bock)이 "이런 종류의 문제는 사실을 가지고 공개적으로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다"며 업계 최초로 다양성 데이터를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2025년, 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가 이 전통을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업계 전체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WIRED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내부 논의에 정통한 4명의 직원 확인을 통해 올해 정보를 공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대변인도 WIRED에 올해 다양성 보고서와 데이터를 게시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대변인 프랭크 쇼(Frank Shaw)는 WIRED에 "더 역동적이고 접근 가능한 형식"으로 전환 중이라며 "우리의 사명과 문화 및 가치에 대한 약속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 공개는 멈췄습니다. 메타와 구글은 공개적인 설명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구글은 2024년 6월 보고서를 마지막으로 새 자료를 내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행보는 정치적 요인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불법적 차별을 종식하고 능력 기반 기회 복원(Ending Illegal Discrimination and Restoring Merit-Based Opportunity)"과 "급진적이고 낭비적인 정부 DEI 프로그램 및 우대 종료(Ending Radical and Wasteful Government DEI Programs and Preferencing)"라는 제목의 행정명령을 발표했습니다. 이 명령은 연방 정부 및 계약자들의 DEI 프로그램을 "불법적 차별"로 규정하고 잠재적 소송을 승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이 신중 모드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내부에서도 변화 조짐이 있었습니다. WIRED에 따르면 구글 내부 소식통은 DEI 이니셔티브와 직원 리소스 그룹에 대한 자금이 크게 감소했다고 확인했습니다. Alphabet Workers Union 의장 파룰 코울(Parul Koul)은 "명백한 누락"이라며 구글의 결정이 트럼프 행정부의 반DEI 입장에 동조하는 신호라고 밝혔습니다. 즉, 이번 중단은 행정적 결정이 아니라 정치 환경과 조직 내부 압력이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DEI 후퇴가 기업 문화와 신뢰에 미치는 영향

DEI는 채용 지표를 넘어, 기업의 문화와 사회적 신뢰를 결정하는 척도입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는 모두 글로벌 인재를 다루는 조직으로서 다양성은 경쟁력의 핵심이었습니다. 수년간 이들 보고서는 느리지만 꾸준한 진전을 보여왔습니다. 여성과 소수인종 채용이 점진적으로 증가했지만, 리더십과 기술 직군은 여전히 백인과 남성이 불균형하게 많았습니다. 기업들은 또한 소외된 직원들의 이직률과 장애인 및 LGBTQ 근로자의 다양성을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보고 중단은 내부 구성원들에게 '포용의 후퇴'라는 신호로 읽힐 수 있습니다. 투명성이 사라지면 직원들의 심리적 안전감이 흔들리고, 이는 장기적으로 혁신성과 조직 몰입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구글 직원들은 다양성 중심 역할이 재배치되거나 제거되었고, 리소스 그룹이 새로운 제한에 직면했다고 전했습니다.

외부 평판 역시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기준에서 DEI 데이터는 'S(Social)' 영역의 핵심 지표로 사용됩니다. 보고 중단은 단기적으로 정치적 부담을 피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의 신뢰 하락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비평가들은 이러한 공개 중단으로 인해 기술 기업들이 그러한 진전이 계속되고 있는지, 특히 다양성 프로그램이 새로운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숨길 위험이 있다고 말합니다.

애플·아마존·엔비디아 등 경쟁사는 여전히 다양성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어, 이들과의 대비는 기업 이미지 격차를 더욱 키울 전망입니다. 2024년 말 기준 기술 인력은 전 세계적으로 약 70%가 남성이고 미국에서는 40%가 백인입니다. 애플과 아마존은 또한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 EEO-1 데이터를 계속 제출했는데, 이는 일부 기업들이 이전에 공개했던 더 자세한 연방 보고서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법원 판결과 트럼프 시대 정책으로 인해 향후 이러한 기록에 대한 접근이 더 어려워질 수 있어 해당 부문의 투명성이 더욱 제한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거버넌스와 HR 전략의 전환점

이번 사태는 HR과 거버넌스 전문가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첫째, 정치 환경이 기업의 인사·문화 전략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 이후 주요 고용주들은 소수자 채용 목표를 중단하고 DEI 관련 교육 및 채용 활동에 대한 자금을 줄였다고 보도되었습니다. 구글은 2025년 2월 다양성 채용 목표를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2020년 당시 CEO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는 2025년까지 소외된 그룹의 리더십 대표성을 30% 늘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으며, 2022년에 이를 달성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구글 최고인사책임자 피오나 치코니(Fiona Cicconi)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2020년에 우리는 야심찬 채용 목표를 설정했고 캘리포니아와 뉴욕 외부의 사무실 확장에 집중하여 대표성을 개선했다"며 "미국 전역과 전 세계 많은 국가에 계속 투자할 것이지만, 앞으로는 더 이상 야심찬 목표를 갖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메타 인사 담당 부사장 자넬 게일(Janelle Gale)은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미국에서 다양성, 형평성, 포용 노력을 둘러싼 법적 및 정책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둘째, 투명성의 정의가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수치 공개 중심 모델에서, '스토리 기반 신뢰 구축'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이는 감성적 접근에 그칠 위험이 큽니다. 셋째, 다양성 관리의 책임 주체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HR 부서 중심으로 관리되었지만, 앞으로는 법무, 공공정책, 커뮤니케이션 부서가 함께 조정하는 복합적 체계가 필요합니다.

10년 이상 공개 다양성 보고서는 기술 분야의 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옹호 활동과 법적 문제를 안내해왔습니다. 작년에 발표된 EEOC 보고서는 편견이 여전히 첨단 기술 직군에서 여성, 흑인, 히스패닉, 고령 근로자의 과소 대표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일부 기업은 계속 보고하고 다른 기업은 후퇴함에 따라, 업계는 데이터뿐만 아니라 가치에서도 격차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글로벌 HR 전문가들은 DEI를 윤리 의제가 아니라, 지속가능경영과 리스크 관리의 핵심 축으로 재정의해야 합니다. 북미 기업들이 직면한 정치적 환경을 감안하면, 데이터 투명성을 유지하면서도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 마련이 요구됩니다. 2020년 추정치에 따르면 글로벌 다양성 및 포용 시장은 75억 달러 규모였으며, 2027년까지 17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이제 업계 최대 기업들의 자발적 공개 시대가 끝난 것으로 보입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의 DEI 보고 중단은 '데이터 비공개'가 아니라, 시대 변화의 징후입니다. 정치와 기술, 기업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대기업들이 어떤 책임을 택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면 애플·아마존·엔비디아처럼 보고를 유지하는 기업들은 오히려 신뢰를 자산화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포용성과 투명성의 철학입니다. 기업이 데이터를 감추려는 순간, 사회는 다른 방식으로 진실을 요구합니다. DEI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으며, 정치적 변화, 법적 문제, 경제적 불확실성이 기업들로 하여금 포용 노력을 재고하도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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