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MD의 반격: 리사 수가 제시한 ‘끝없는 AI 칩 수요’와 3~5년 성장 로드맵
AMD CEO 리사 수는 뉴욕에서 열린 Financial Analyst Day에서 “AI 칩 수요는 끝이 없다”는 메시지와 함께 향후 3~5년 동안 연평균 35% 매출 성장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연 80% 성장 궤도를 내다보며 2027년 수십억~수백억 달러 매출로의 확장을 목표로 합니다. 엔비디아가 장악한 시장에서 AMD는 두 자릿수 점유율 확보를 공언했고, MI300 계열과 차세대 플랫폼을 축으로 CPU·GPU·소프트웨어 스택을 통합하는 전략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이번 발표의 의미, 산업 구조 변화, 리스크, 투자 체크포인트까지 한 번에 정리합니다.
왜 지금 AMD의 메시지가 중요한가
지금의 AI 수요는 일시적 사이클이 아니라 구조적 디지털 전환의 결과입니다. 생성형 AI 모델의 파라미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데이터센터는 메모리 대역폭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려야 합니다. 이 구간에서 GPU는 연산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고, CPU는 스케줄링과 I/O, 메모리는 HBM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AMD는 바로 이 접점에서 ‘칩렛(Chiplet) 아키텍처’와 데이터센터 최적화 설계를 통해 성능/와트, 총소유비용(TCO)에서의 의미 있는 개선을 제시합니다. 리사 수가 제시한 CAGR 35%와 AI 데이터센터 연 80% 성장 가이던스는, 단순 낙관이 아니라 제품 로드맵과 파트너 생태계를 전제로 한 실행 계획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실립니다.
핵심 동력 ① AI 데이터센터: MI300 → 차세대 가속기의 선순환
AMD의 성장 엔진은 데이터센터용 AI 가속기 라인입니다. MI300 계열은 대규모 언어모델(LLM) 학습/추론에서 레퍼런스를 쌓았고, 소프트웨어 스택(ROCm)과의 결합을 통해 모델 포팅 비용을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러와의 협업은 하드웨어 공급을 넘어, 커스텀 커널 최적화, 네트워킹, 분산 학습 프레임워크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는 초기에는 엔비디아 대비 생태계 격차로 손해 보던 부분이었지만, 오픈소스 친화 전략과 개발자 지원 강화로 점차 차이를 좁히는 국면입니다. 대규모 고객 입장에서는 ‘두 번째 공급자(Second Source)’의 존재만으로도 가격 협상력이 생기고, 데이터센터 설계 리스크가 분산됩니다. 이 구조가 AMD의 점유율 확대로 연결될 토대입니다.
핵심 동력 ② CPU·GPU·메모리의 통합 최적화
AI 인프라의 병목은 연산 코어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모델 크기가 커질수록 HBM 대역폭, 패키징 열관리, 노드 간 통신이 성능을 좌우합니다. AMD는 칩렛 기반으로 CPU와 GPU를 조합하고, PCIe/인피니티 패브릭 등 인터커넥트를 개선해 시스템 수준 성능을 끌어올립니다. 또한 전력 효율은 데이터센터 운영비(OPEX)의 핵심인데, 동일 성능 달성을 위한 전력 소모를 낮출수록 TCO 경쟁력이 생깁니다. 여기에 소프트웨어 최적화가 더해지면, 학습은 빠르게, 추론은 저전력으로 돌리는 ‘하이브리드 최적화’가 가능합니다. 고객사는 동일 랙(Rack)에서 더 많은 모델을 운영하거나, 전력 한도 내에서 처리량(throughput)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시장 구도: 엔비디아 독주 → ‘양강 체제’ 가능성
현재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는 80~90%대 점유율로 절대 강자입니다. 다만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국면에서 고객사는 대체 옵션을 모색합니다. AMD가 목표로 삼는 ‘두 자릿수 점유율’은 단기간 완전한 판도 전복이 아니라, 대규모 프로젝트의 일부 슬롯을 꾸준히 확보해 누적 점유율을 쌓는 전략에 가깝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속성과 재구매율입니다. 첫 채택 이후 성능·안정성·개발 편의성이 입증되면 다음 세대에서도 동일 벤더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 경로가 유효하다면, 3~5년 동안 AMD의 데이터센터 매출 비중은 가파르게 상승할 여지가 큽니다.
소프트웨어와 생태계: ROCm, 오픈소스, 개발자 경험(DX)
하드웨어 스펙이 좋아도 개발자 경험이 나쁘면 확산은 느립니다. AMD는 ROCm 생태계를 강화해 파이토치, 텐서플로, 주류 분산 학습 프레임워크에서의 호환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대형 모델의 체크포인트 변환, 커스텀 커널 최적화, 메모리 관리 툴링을 정교화하면서 포팅 비용을 줄이는 데 집중합니다. 오픈소스 전략은 커뮤니티의 기여를 끌어내고, 레퍼런스 모델/워크로드를 빠르게 누적하게 해줍니다. 이는 결국 고객사의 ‘전환 마찰’을 줄여 채택 속도를 높이는 촉매로 작동합니다.
전망과 리스크: 공급망, 원가, 경쟁의 역습
첫째, 패키징/공정/HBM 공급망의 제약은 여전히 변수입니다. 수요가 공급을 앞서는 구간에서는 원가 상승과 납기 리스크가 발생합니다. 둘째, 경쟁사의 차세대 제품 출시 사이클이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상대적 성능·효율 격차가 다시 벌어질 수 있습니다. 셋째, 소프트웨어 레이어의 경험 품질이 완전히 같아지기 전까지는 특정 워크로드에서 세밀한 튜닝이 필요하며, 이는 초기 진입 장벽으로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고객의 멀티벤더 전략과 TCO 절감 니즈가 강하다는 점은 AMD에 유리한 추세입니다.
체크리스트: 숫자와 로드맵으로 확인할 포인트
- 수주-매출 전환율: 대형 하이퍼스케일러/엔터프라이즈의 계약이 실제 매출로 전환되는 속도
- 제품 로드맵 일치율: 차세대 가속기 출시 타임라인, 성능/와트 지표의 지속 개선
- 소프트웨어 성숙도: ROCm 호환성, 모델 포팅 사례, 커뮤니티 기여 규모
- 공급망 안정성: HBM/첨단 패키징(예: CoWoS 유사) 캐파 증설과 원가 관리
- 마진 트렌드: 데이터센터 비중 상승에 따른 믹스 개선, 총이익률(GM) 우상향 여부
정리: ‘두 번째 표준’으로 올라서는가
리사 수가 제시한 3~5년 CAGR 35%와 AI 데이터센터 연 80% 성장 전망은, 수요의 구조적 확대와 제품·생태계 실행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입니다. 당장의 판도는 여전히 엔비디아 중심이지만, 고객사의 멀티벤더 전략, 전력/공간 제약 속 TCO 최적화 요구는 경쟁 구도를 바꾸는 원심력으로 작동합니다. AMD가 소프트웨어 경험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 차세대 가속기에서 성능/와트 우위를 증명한다면 ‘양강 체제’는 충분히 현실적인 시나리오입니다. 이번 메시지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CPU·GPU·메모리·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시스템적 최적화로 뒷받침되는 실행 계획입니다. 투자와 산업 모두에서 AMD의 다음 라인은 주의 깊게 볼 만한 변곡점입니다.
※ 본 글은 공개된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산업 분석 관점의 정리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