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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conductor Insight

베트남 반도체 자립 (파운드리 전략, 기술 주권, 투자 리스크)

by 세미워커 2026.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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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반도체 도전 과연 성공할까?

 

베트남이 단순 조립기지를 넘어 반도체 설계와 제조 역량을 확보하려는 야심찬 도전에 나섰습니다. FPT와 Viettel 같은 대형 기업들이 자체 파운드리와 테스트 시설 구축을 선언하며, 2050년까지 글로벌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국가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자본과 수십 년의 노하우가 필요한 반도체 산업 특성상, 이 전략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파운드리 구축의 현실과 Viettel의 도전

베트남 반도체 자립 전략의 핵심은 바로 파운드리 확보입니다. 국영 통신기업 Viettel이 2026년 1월 하노이 호아락 하이테크파크에서 베트남 최초의 파운드리 건설을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외부 파운드리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설계부터 제조까지 전체 반도체 라이프사이클을 자체적으로 완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Decision 1018/QD-TTg라는 공식 전략에서 제시한 3단계 로드맵은 2040년 지역 허브 구축, 2040~2050년 글로벌 리더십 확보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파운드리 산업의 현실은 정부 로드맵보다 훨씬 가혹합니다. 반도체 제조는 수율이 곧 경쟁력이며, 이는 수천 번의 생산 사이클을 거쳐 축적된 공정 노하우 없이는 달성할 수 없습니다. Intel, TSMC, Samsung 같은 선두업체들도 신규 공정 도입 시 초기 수율 문제로 수년간 고전한 사례가 부지기수입니다. 베트남이 소규모 파운드리로 시작한다 해도, 글로벌 고객사들이 요구하는 품질 신뢰성과 대량 생산 능력을 확보하기까지는 최소 10년 이상의 시행착오가 불가피합니다. 더구나 파운드리는 초기 투자뿐 아니라 장비 업그레이드와 공정 개선에 지속적으로 수십억 달러를 재투자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베트남 정부와 Viettel이 이러한 장기 투자를 감당할 재무적 여력과 인내심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성공의 관건입니다.

기술 주권 확보 전략과 글로벌 China+1 흐름

베트남이 반도체 자립에 나선 배경에는 기술 주권(Sovereign Technology) 확보라는 명확한 전략적 목표가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이 "China+1" 전략으로 재편되면서 베트남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다국적 기업들의 대체 생산 허브로 급부상했습니다. Intel, Samsung, Amkor 같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이미 수십억 달러를 베트남에 투자하며 패키징과 테스트(OSAT) 허브로 육성해왔습니다. 베트남 정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C = SET + 1이라는 독특한 목표 공식을 제시했습니다. Chip 마스터리, Specialized AI·IoT 칩, Electronics 산업 강화, Talent 확보,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의 안전한 대체지로서의 Vietnam이 그것입니다.

2025년 베트남 반도체 시장 규모는 약 101억 6천만 달러로 추정되며, 2030년에는 165억 1천만 달러로 연평균 10.23% 성장이 예상됩니다. 외국인 직접투자(FDI)와 스마트 기기 수요 증가가 성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FPT는 2026년 초 박닌에 베트남 기업 단독 소유로는 최초의 반도체 테스트 및 패키징 시설을 설립한다고 발표하며, 전력관리와 IoT 칩 개발 생태계 확장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반도체 인재 5만 명 양성, 100개 디자인 회사 설립, 업계 매출 250억 달러라는 Phase 1 목표는 정량적으로 명확합니다.

그러나 기술 주권은 단순히 시설과 인력 숫자로 달성되지 않습니다. 반도체 설계 역량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회로 아키텍처, 검증 방법론 등 무형의 노하우가 핵심인데, 이는 실패 경험의 축적 없이는 체득될 수 없습니다. 베트남이 100개 디자인 회사를 세운다 해도, 그들이 설계한 칩이 실제 양산에서 기능하고 시장에서 채택되기까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더욱이 AI와 IoT 특화칩 시장은 이미 Qualcomm, NVIDIA, MediaTek 같은 거대 기업들이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한 레드오션입니다. 베트남 기업들이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정부 지원만으로는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투자 리스크와 경제성 분석의 필요성

베트남 반도체 전략의 가장 큰 리스크는 지속 가능성입니다. 반도체 제조는 초기 투자 회수에 최소 10년이 걸리는데, 2029년 양산을 시작한다 해도, 그 시점의 공정 기술은 TSMC나 Samsung이 이미 2~3세대 앞서 나간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후발주자로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구세대 공정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는 다시 고부가가치 시장 진입을 제약하는 딜레마를 낳습니다.

인재 확보도 심각한 도전입니다. 베트남은 2030년까지 반도체 전문가 5만 명을 양성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 베트남 대학들의 반도체 교육 인프라는 대만, 한국, 미국과 비교할 때 현저히 열악합니다. 설령 인력을 배출해도, 글로벌 기업들이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인재를 빼가는 상황에서 자국 기업에 정착시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FPT가 인재 양성 기반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교육과 실무 역량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더구나 반도체 설계와 제조는 단일 기업이나 국가만으로는 완결할 수 없는 글로벌 분업 구조입니다. 장비는 ASML, Applied Materials에 의존하고, 소재는 일본과 미국 기업들이 독점하며, IP는 ARM, Cadence 같은 업체들이 통제합니다. 베트남이 아무리 자립을 외쳐도 이 생태계 의존성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정부 주도 반도체 투자는 중국, 인도 등에서도 시도되었지만, 상당수가 보조금 의존형 좀비 기업으로 전락하거나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되었습니다. 베트남이 2050년까지 업계 매출 1000억 달러, 300개 디자인 회사, 3개 제조시설이라는 Phase 3 목표를 달성하려면, 매년 수조 원 규모의 지속적 투자와 함께 실패를 용인하는 장기적 인내가 필요합니다. 과연 베트남 정치 시스템이 이러한 장기 플레이를 지탱할 수 있을지, 단기 성과 압박에 굴복하지 않을지가 관건입니다.

베트남의 반도체 자립 의지는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막대한 자본과 검증된 노하우, 글로벌 생태계 의존성이라는 현실 앞에서 그 성공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정부의 로드맵과 기업들의 투자 발표가 실제 시장 경쟁력으로 전환되기까지는 수많은 실패와 조정이 불가피하며, 이 과정에서 경제성과 지속 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베트남 반도체 전략의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출처]
Vietnam's Silicon Leap: Inside the Push for a Sovereign Semiconductor Supply Chain: https://substack.com/home/post/p-186605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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