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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버블, 닷컴버블 보다 더 위험한가? 버리의 경고

by 세미워커 2025.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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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버블을 경고하는 마이클 버리

2008년 미국 주택시장 붕괴를 정확히 예측했던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다시 한 번 시장을 향해 강력한 경고를 던지고 있습니다. 그의 최근 인터뷰와 Substack 분석에 따르면, 현재의 AI 투자 사이클은 2000년 닷컴 버블보다 더 극단적이며, 특히 엔비디아와 팔란티어가 그 중심에 놓여 있다고 말합니다. 자본지출 증가, 회계 처리 왜곡, 수요 부진이라는 복합적 요인이 버블의 구조적 취약성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 그의 핵심 주장입니다.

AI 투자 붐의 구조적 취약성 — 공급 중심의 과열 메커니즘

현재 글로벌 빅테크와 데이터센터 기업들은 GPU, AI 서버, 광학 네트워크 등 인프라에 천문학적인 지출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버리는 이러한 과열이 “공급 측면의 탐욕”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AI에 1달러의 자본 지출을 발표하면 시가총액이 3달러 상승한다”라는 유명한 언급을 통해 현재 시장이 기업의 실적보다 ‘기대’를 과하게 반영하고 있음을 설명했습니다. 특히 AI GPU는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2~3년이면 구식이 되는데, 기업들은 감가상각 기간을 5~6년으로 잡아 회계상 비용을 축소하고 인위적으로 수익성을 높여 보인다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버리는 이를 “현대에서 가장 흔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회계 조작”이라고 부릅니다. 그는 감가상각 기간을 의도적으로 늘리면 당기 비용이 줄어 영업이익이 커지며, 그 결과 기업의 진짜 경제성이 왜곡된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GPU 투자 경쟁이 단기간에 정점을 찍은 뒤 급격히 꺾일 가능성을 지적하며, “지금의 AI 인프라 지출은 지속 불가능한 사이클”이라고 강조합니다.
또한 버리는 1990년대 후반 통신 장비 기업들이 겪었던 동일한 문제를 예로 들었습니다. 당시 노텔과 시스코는 ‘미래의 수요’를 가정한 과도한 인프라 투자를 벌였고, 결국 매출은 예상치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주가는 붕괴했습니다. 버리는 현재 엔비디아를 시스코와 동일한 패턴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스코는 1995~2000년 사이 주가가 3,800% 폭등한 뒤, 거품이 꺼지자 80% 이상 폭락했습니다.

회계 왜곡과 팔란티어 논란 — 수익이 아닌 희석이 만든 성장

엔비디아뿐 아니라 팔란티어 역시 버리의 우려 대상입니다. 특히 그는 팔란티어의 주가가 ‘수익성 환상’ 위에 세워져 있다고 지적합니다. 팔란티어는 막대한 주식 기반 보상(SBC)을 지급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데, 이를 비용으로 온전히 반영할 경우 회사의 순이익은 사실상 사라집니다. 버리는 “약 40억 달러의 매출에서 5명의 억만장자가 나왔다”며 이는 기업 가치가 주주에게 돌아가기보다 내부 임직원 보상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합니다.
팔란티어는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 방어에 나서고 있으나, 실제로는 연간 약 4.6%씩 주식이 희석되고 있어 장기 투자자에게는 불리한 구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버리는 이를 “내부 보상 구조가 만들어낸 착시적 수익성”이라고 평가하며, 장기적인 성장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버리는 이러한 구조가 결국 닷컴 버블 당시의 성장주와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하며, “이익보다 스토리에 의존하는 기업은 거품 국면에서 가장 먼저 무너진다”고 경고했습니다.

AI 수요의 구조적 한계 — 무료 서비스 의존이 만든 비즈니스 모델의 약점

AI 산업이 닷컴 버블보다 더 위험하다는 버리의 핵심 근거 중 하나는 ‘수요의 취약성’입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료 수준에서 원하는 AI 결과를 얻고 있으며, 유료 모델로 전환할 유인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인터넷 시대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닷컴 시절에는 전자상거래, 검색, 소셜 네트워크 등 직접적인 소비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현재 AI 서비스는 아직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AI 모델의 학습과 운영에는 막대한 GPU 인프라가 필요하며, 이는 기업의 고정비를 급증시키지만 반대로 시장은 이를 충분히 회수할 만큼의 유료 수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사용자들은 챗봇이나 LLM 기반 서비스에 높은 기대를 가지지만, 실제로 돈을 지불하는 유저는 제한적입니다. 버리는 이 간극이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장성을 제약하고, 결국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비용 구조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또한 기업 고객 역시 LLM 도입 비용을 통제하고 있으며, 고가의 GPU 서버를 상시적으로 사용할 정도의 활용도가 확보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향후 AI 인프라 투자 회수율이 예상보다 낮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버리는 이러한 패턴이 결국 “과도한 공급과 불충분한 수요가 충돌하는 시점에서 버블이 붕괴한다”는 전형적인 구조를 반복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결론 — AI 버블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정점은 오히려 앞으로일 수 있다

버리는 이미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에 대해 외가격 장기 풋옵션을 매수한 상태입니다. 시장에서는 명목상 약 10억 달러의 포지션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버리는 실제 자본 투입은 포지션당 약 1천만 달러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그가 단기 트레이딩이 아니라 구조적 위험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베팅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가 경고하는 핵심은 간단합니다. 기술 혁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시장이 이를 해석하는 방식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회계상 수익 왜곡, 수요 부진, 공급 중심 과열, GPU 감가상각 구조, 주식 기반 보상 확대 등 복합적 리스크가 이미 누적되고 있으며, 이는 시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균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AI 시대의 혁신은 분명 계속될 것입니다. 그러나 투자 측면에서 버리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혁신은 버블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지금 AI 시장은 기술적 진보와 금융시장의 기대가 과도하게 얽혀 있으며, 그 간극이 확대될수록 조정 폭도 커질 수 있습니다.
향후 AI 산업이 진정한 수익 모델을 확립하고, 과열된 투자 사이클이 정상화되는 시점이 오기 전까지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합니다. 버리의 경고는 공포가 아니라 ‘균형’을 요구하는 메시지에 가깝습니다. 투자자로서는 장밋빛 기대만이 아니라 구조적 리스크 또한 면밀히 살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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