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순,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이었습니다. 시차 때문에 새벽 네 시에 눈이 떠져서 숙소 침대에 멍하니 누워 있다가, 결국 여행 첫날 장을 보러 나가기로 했습니다. 저는 미국에 올 때면 반드시 코스트코 카드를 챙겨오는 편입니다. 물가가 워낙 높은 나라이기도 하고, 마트 안에서 느끼는 현지 생활의 질감이 어떤 관광지보다도 솔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코스트코 카드 하나가 여행 경비를 바꾼다
미국 물가는 체감상 한국보다 외식비가 두 배 가까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코스트코에서 장을 봐서 숙소에서 해결하면, 한국에서 먹는 것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걸 몇 번의 여행을 거치며 확인했습니다. 특히 일행이 많을수록 이 차이는 더 극명해집니다. 네 명이 함께 간 여행에서 이틀치 아침과 저녁을 코스트코 장보기로 해결하고 나니, 생각보다 여유가 생겨서 그 돈으로 해산물 레스토랑을 한 번 더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코스트코는 회원제라 처음엔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한국에서 이미 회원권을 가지고 있어서 그냥 카드만 들고 가면 됩니다. 해외 코스트코에서도 한국 발급 카드가 통용된다는 점이 여행자에게는 꽤 유용한 사실입니다.
지역 한정 굿즈가 있다는 것, 알고 계셨습니까
마트를 좋아하는 이유가 단순히 식비 절감 때문만은 아닙니다. 코스트코 매장은 지역마다 구성이 조금씩 다릅니다. 하와이 코스트코에서는 마카다미아 초콜릿 세트가 로컬 한정으로 나오고, LA 매장에서는 보지 못했던 소스류가 시애틀에서 쌓여 있기도 합니다. 저는 이 차이를 찾아보는 것 자체가 일종의 탐험처럼 느껴집니다.
제가 마트에서 눈여겨보는 품목들을 순서대로 정리하면 대략 이렇습니다.
- 그 지역 한정 굿즈나 시즌 식품 코너를 먼저 한 바퀴 돕니다.
- 그 시기에 무슨 과일이 풍성한지 청과 코너를 확인합니다.
- 정육 코너에서 어떤 부위가 메인으로 나와 있는지 봅니다.
- 마지막으로 간식류나 냉동식품 중 처음 보는 것이 있으면 하나씩 담습니다.
이렇게 돌고 나면 그날 저녁 메뉴가 자연스럽게 결정됩니다. 여행에서 뭘 먹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마트가 대신 해결해주는 셈입니다.
제철 식재료로 읽는 그 나라의 지금
마트를 여행 중에 꼭 들러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 시기 그 나라의 식문화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7월의 LA 코스트코 청과 코너에는 복숭아와 체리가 박스째 쌓여 있었습니다. 캘리포니아산이라 품질도 좋고 가격도 납득이 됐습니다. 저는 그걸 보고서야 그 시기 캘리포니아가 핵과류의 제철이라는 걸 몸으로 이해했습니다.
이 정보는 식당에서도 쓸 수 있습니다. 마트에서 복숭아가 한창이라는 걸 확인하고 나서 밖에서 식사할 때 메뉴에 복숭아가 들어간 요리나 디저트가 있으면 주저 없이 골랐습니다. 마트를 먼저 둘러보는 것이 식당 주문의 힌트가 되는 것입니다. 가이드북에는 나오지 않는 정보입니다.
과일 하나가 여행의 리듬을 잡아준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과일을 거의 못 먹게 됩니다. 외식 위주의 일정은 탄수화물과 단백질로만 채워지기 쉽고, 어느 순간 몸이 좀 무겁다는 느낌이 옵니다. 저는 마트에 가면 꼭 과일을 하나씩은 사게 됩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가방에 복숭아 두 개를 넣고 오는 것만으로 다음 날 아침이 달라집니다.
여행 중 컨디션 관리에서 마트가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좋은 숙소나 맛집보다 먼저 동네 마트를 한 번 둘러보는 것, 그게 여행을 조금 더 오래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저만의 방식입니다.
마트는 조용합니다. 관광지처럼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압박도 없고,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카트를 밀면서 눈에 띄는 것들을 천천히 보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나라의 평범한 하루 속에 저도 자연스럽게 끼어 있다는 기분이 듭니다. 그게 여행 중 마트를 가는 이유 중 가장 솔직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한국 코스트코 카드로 미국 코스트코 이용이 가능합니까?
A. 가능합니다. 코스트코는 전 세계 매장에서 동일한 회원권으로 입장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발급한 카드를 그대로 가져가면 됩니다.
Q. 코스트코 외에 추천할 만한 미국 마트가 있습니까?
A. 홀푸드마켓은 유기농·지역 식재료 구성이 좋고, 트레이더조는 독자 브랜드 스낵이 독특합니다. 숙소 위치에 따라 동네 슈퍼마켓도 현지 감각을 느끼기엔 충분합니다.
Q. 마트에서 산 식재료, 숙소에서 어떻게 조리합니까?
A. 에어비앤비나 취사 가능한 숙소라면 요리가 가능합니다. 조리가 어렵다면 과일, 치즈, 빵, 훈제 연어처럼 손질 없이 먹을 수 있는 식재료 위주로 고르면 됩니다.
Q. 지역 한정 코스트코 굿즈는 어디서 확인합니까?
A. 별도로 확인하는 방법보다는 직접 매장에서 둘러보는 편이 낫습니다. 계절마다 구성이 바뀌기 때문에 현장에서 발견하는 재미가 더 큽니다.
Q. 마트 방문, 여행 일정 중 언제가 좋습니까?
A. 도착 다음 날 오전이나 이동 전날 오후가 좋습니다. 숙소에서 소비할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해서 구매량을 조절하면 낭비 없이 활용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