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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고사 여행 (10월 축제, 필라 성모 대성당, 고속철도)

by 리얼트래블 2026.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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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고사 대성당의 전경

 

스페인 친구들이 "10월에 사라고사 꼭 가봐"라고 입을 모아 말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바르셀로나나 마드리드도 아닌 이 도시가 과연 어떤 매력이 있을까? 하지만 직접 가보니 그들의 추천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10월의 사라고사는 온 도시가 하나의 거대한 무대로 변하는 피에스타스 델 필라(Fiestas del Pilar) 축제가 열리는 시기였고, 그 활기와 열정은 제가 스페인에서 경험한 그 어떤 순간보다 찬란했습니다.

10월 축제의 압도적 규모, 왜 현지인들이 강력 추천했을까?

피에스타스 델 필라는 단순한 종교 행사가 아닙니다. 매년 10월 12일을 전후해 9일간 열리는 이 축제는 성모 마리아가 기둥(Pilar) 위에 나타났다는 전설을 기념하는 행사로, 스페인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지역 축제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타이파(Taifa)'란 11세기 이슬람 세력이 분열되면서 생긴 소규모 왕국들을 의미하는데, 사라고사는 한때 이러한 타이파 왕국 중 하나였습니다(출처: 스페인 관광청).

제가 도착한 첫날, 거리는 이미 형형색색의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코스튬을 맞춰 입은 행렬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시내 중심가를 행진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저는 그저 관광객으로 서 있었지만, 어느새 그 에너지에 휩쓸려 어깨가 절로 들썩였습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밤에 찾아왔습니다. 시청 앞 광장에서 터지는 불꽃놀이는 규모와 화려함에서 제가 본 그 어떤 행사보다 압도적이었습니다.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 아래, 수만 명의 사람들이 환호하는 그 순간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 축제는 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날과 겹쳐 스페인어 사용 국가 전체에서 기념하는 '콜럼버스의 날'이기도 합니다(출처: UNESCO).

축제 기간 동안 주목할 점:

  • 전통 의상 행렬과 거리 공연이 매일 진행됩니다
  • 시청 앞 광장의 불꽃놀이는 밤 10시 전후 시작됩니다
  • 현지인들도 코스튬을 준비해 참여하므로 여행객도 가볍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반건조 기후라던데, 10월은 오히려 완벽한 날씨였습니다

많은 여행 자료에서 사라고사를 '반건조 기후', '시에르소(Cierzo) 바람이 부는 추운 곳'이라고 묘사합니다. 시에르소는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차갑고 건조한 바람으로, 겨울철 체감 온도를 영하 10도까지 떨어뜨릴 정도로 강력합니다. 하지만 10월의 사라고사는 이런 경고가 무색할 만큼 따뜻하고 쾌적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낮 최고 기온이 23~25도 사이였고,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져 반팔 차림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연간 강수량이 322mm에 불과한 만큼 하늘은 늘 맑았고, 일조량이 풍부해 야외 활동하기에 이보다 좋을 수 없었습니다. 이는 사라고사가 에브로 분지(Ebro Basin) 중앙에 위치해 있고, 주변 산맥이 습한 공기를 차단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에브로 분지란 스페인 북동부를 흐르는 에브로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넓은 평야 지대를 말합니다.

필라 성모 대성당(Basilica del Pilar) 앞 광장에서 햇살을 받으며 아이스크림을 먹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 대성당은 17세기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로, 에브로강 제방 위에 우뚝 서 있습니다. 대성당 내부에는 성모 마리아가 나타났다는 전설 속 기둥이 보관되어 있으며, 천장화는 스페인의 대표적 화가 고야(Goya)가 그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대성당 주변은 축제 기간 내내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따뜻한 날씨 덕분에 오래 머물러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사라고사는 평균 해발고도 243m에 자리 잡고 있어 공기가 맑고 건조합니다. 참고 자료에는 여름 최고 기온이 44.5도까지 올라간다고 나와 있지만, 10월은 이러한 극단적인 날씨와는 거리가 멉니다. 만약 여름이나 한겨울을 피하고 싶다면, 10월은 최적의 선택입니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사이, 고속철도로 닿는 숨은 보석

사라고사는 스페인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지만, 외국인 여행자들에게는 여전히 '나만 알고 싶은 곳' 같은 한적함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접근성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납니다. 마드리드에서 고속철도 AVE(Alta Velocidad Española)를 타면 단 75분, 바르셀로나에서는 90분이면 도착합니다. AVE는 스페인 국영철도 레인페(Renfe)가 운영하는 고속철도로, 최고 속도 300km/h 이상으로 주요 도시를 연결합니다.

제가 마드리드에서 출발했을 때, 아침 8시에 탄 기차가 10시 전에 사라고사에 도착했습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에브로 분지의 광활한 풍경을 보며 커피 한 잔을 마시니 어느새 목적지였습니다. 도시 내에서는 시내버스와 자전거 렌탈 시스템인 '비시 사라고사(Bizi Zaragoza)'가 잘 갖춰져 있어 이동이 편리했습니다.

사라고사에는 12세기 아라곤 왕국 시절의 흔적과 이슬람 문화가 혼합된 무데하르(Mudéjar) 양식 건축물들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무데하르 양식이란 기독교 지배 하에서 무슬림 장인들이 만든 독특한 건축 양식으로, 벽돌과 타일을 활용한 기하학적 문양이 특징입니다. 알하페리아 궁전(Aljafería Palace)은 11세기 무어족이 지은 성으로, 현재는 아라곤 자치지역 의회가 들어서 있으며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저는 팩트만 나열된 여행 가이드보다 현지인의 추천을 믿었고, 그 선택은 옳았습니다. 사라고사는 지도상으로는 '경유지'처럼 보일 수 있지만, 10월에 방문한다면 그 자체로 완벽한 '목적지'가 됩니다. 거리의 음악과 사람들의 미소, 그리고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 아래서 보낸 그 시간은 제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스페인의 순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참고: https://m.terms.naver.com/entry.naver?docId=5936124&cid=66751&categoryId=66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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