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르셀로나를 세 번째 방문했을 때, 저는 또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보러 갈 수는 없다는 생각에 새로운 곳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스페인 대중교통 파업이 터지면서 버스와 지하철이 모두 멈춰버렸습니다. 어쩔 수 없이 렌터카를 빌려 떠난 곳이 바로 토사 데 마르(Tossa de Mar)였는데, 이 선택은 제 여행 중 최고의 결정이 되었습니다. 13세기 중세 성벽과 푸른 지중해가 만나는 이 작은 어촌 마을은, 왜 현지인들이 이곳을 그토록 아끼는지 단번에 이해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13세기 요새 빌라 벨라, 역사가 살아있는 성벽 도시
토사 데 마르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해변을 감싸고 있는 거대한 성벽이었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중세 유럽의 요새 도시를 실제로 걸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이곳 빌라 벨라(Vila Vella)는 13세기에 북아프리카에서 오는 해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세워진 방어 시설로, 지금도 그 원형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습니다. '빌라 벨라'란 '오래된 마을'이라는 뜻으로, 성벽 안쪽에 위치한 가장 오래된 주거 지역을 의미합니다(출처: 스페인 문화유산청).
성벽 위로 올라가면 여러 개의 감시탑이 나타나는데, 그중에서도 토레 데스 코돌라르(Torre d'Es Codolar)가 가장 인상적입니다. 이 탑은 해안선을 따라 접근하는 배를 감시하던 곳으로, 지금은 지중해의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한참을 서 있었는데, 푸른 바다와 오렌지색 지붕들이 어우러진 풍경이 마치 중세 시대로 시간여행을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청동으로 만들어진 대포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대포들은 단일 청동 주조 방식으로 제작되었으며, 최대 사거리가 400미터에 달했다고 합니다. '단일 청동 주조' 방식은 대포를 여러 부품으로 나눠 만든 것이 아니라 하나의 틀에 청동을 부어 통째로 만드는 기법을 말하는데, 이는 당시로서는 매우 고난도의 기술이었다고 하네요. 실제로 제가 이 대포들을 만져보니 표면이 매끄럽고 이음새가 전혀 없어서, 13세기 장인들의 기술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성벽 안쪽으로 들어가면 지금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 주택들이 나타납니다. 바닥을 내려다보면 원래의 돌길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자갈길(cobblestone)은 수백 년 전 어부들과 상인들이 걸었던 바로 그 길입니다. 저는 이 좁은 골목길을 걸으면서, 현대적인 휴양지와는 차원이 다른 깊이와 정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렌터카로 누비는 어촌 마을, 로컬의 진짜 맛을 찾아서
많은 여행 가이드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 도시락을 싸서 해변으로 가거나 보트 투어를 추천합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렌터카를 이용하면 마을 구석구석을 자유롭게 탐험하면서 진짜 로컬의 삶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가 성벽 밖 어부 마을인 사 세타(Sa Seta) 지역을 돌아다닐 때, 좁은 골목 안에 숨어 있는 작은 빵집에서 머랭(merengue)을 맛봤는데 이것이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토사 데 마르의 머랭은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라 이 지역의 전통 특산물입니다. 토사에서는 레몬, 초콜릿, 바닐라 등 다양한 맛으로 만들어지는데, 저는 초콜릿 맛을 선택했습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 커피와 함께 먹기에 완벽했습니다. 이런 작은 발견들이 렌터카 여행의 진짜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를 이용하면 해안 도로를 따라 달리면서 카미 데 론다(Camí de Ronda)라는 산책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 길은 원래 밀수꾼들을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해안 경비로였는데, 지금은 등산객과 관광객들이 지중해의 절경을 감상하는 트레킹 코스가 되었습니다. '카미 데 론다'는 '순찰로'라는 뜻으로, 스페인과 프랑스 접경 지역에서 담배 밀수가 성행하던 시절 해안선을 따라 만들어진 길 입니다. 말 그대로 순찰로인 셈이죠.(출처: 카탈루냐 관광청).
저는 차를 마르 메누다(Mar Menuda) 해변 근처에 세워두고 이 산책로를 걸었는데, 절벽 아래로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와 멀리 보이는 성벽의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보트 투어도 좋지만, 이렇게 자기 페이스로 걸으며 풍경을 음미하는 것이 제게는 훨씬 더 와닿았습니다.
렌터카의 또 다른 장점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성벽 밖 지역에서 작은 레스토랑을 발견했는데, 그곳에서 먹은 해산물 파에야는 바르셀로나 시내의 관광지 식당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신선하고 맛있었습니다. 가격도 합리적이었고, 무엇보다 현지인들이 실제로 즐겨 찾는 곳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여행 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렌터카를 이용하면 대중교통 시간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 가능
- 골목 안 로컬 맛집과 빵집 발견이 쉬움
- 해안 드라이브 코스를 직접 설계하여 나만의 루트 완성 가능
지중해 해안 드라이브, 보트보다 자유로운 선택
일반적으로 토사 데 마르의 해변을 즐기는 방법으로 보트 투어가 많이 추천됩니다. 보트를 타고 절벽과 동굴을 구경하며 히베롤라(Giverola) 해변까지 가는 코스인데, 물론 이것도 매력적인 선택입니다. 하지만 저는 차를 몰고 해안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 것이 훨씬 더 자유롭고 여유로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렌터카로 이동하면 원하는 곳에서 언제든 멈춰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마음에 드는 해변이 나타나면 즉흥적으로 수영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코달(Codolar) 해변 근처를 지나다가 차를 세우고 스노클링을 했는데, 물속에서 다양한 물고기들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이 해변은 토레 데스 코다(Torre d'Es Coda)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어서, SNS에서 유명해진 그 언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도 완벽한 장소였습니다.
코스타 브라바(Costa Brava) 지역의 해안선은 '거친 해안'이라는 뜻답게 울퉁불퉁한 절벽과 작은 만(cove)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런 지형 때문에 작은 해변들이 곳곳에 숨어 있는데, 렌터카가 없으면 접근하기 어려운 곳들이 많습니다.
저는 포르트 보(Port Bo)에서 출발하여 블라네스(Blanes) 방향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천천히 달렸습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지중해의 푸른 물결과 붉은 절벽의 대비는 그 어떤 보트 투어보다 감동적이었습니다. 중간중간 전망대에 차를 세우고 바라본 풍경은 지금도 제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보트 투어를 선택하면 정해진 루트를 따라 이동해야 하고, 시간도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렌터카를 이용하면 하루 종일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면서 원하는 만큼 각 장소에 머물 수 있습니다. 저는 오후 늦게까지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해질녘에 다시 성벽으로 돌아와 석양을 감상했습니다. 이런 여유로운 일정은 대중교통이나 단체 투어로는 불가능한 경험입니다.
돌이켜보면, 대중교통 파업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제게 토사 데 마르의 진짜 모습을 경험할 기회를 준 셈입니다. 바르셀로나의 화려함도 좋지만, 렌터카를 타고 작은 어촌 마을의 골목을 누비며 13세기 성벽 위를 걷고 지중해 해안선을 따라 드라이브하는 경험은 그 어떤 관광지보다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바르셀로나를 여러 번 방문해서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면, 토사 데 마르로 떠나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굳이 아끼려 하지 말고, 이 도시의 풍요로운 분위기를 온전히 즐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