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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 여행 준비 (쏘카 맛집, 에즈 전망, 레몬축제)

by 리얼트래블 2026.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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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 해변의 전경

 

니스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고민되는 건 '어디를 꼭 가봐야 하나'입니다. 지중해 연안 도시들은 이름만 들어도 낭만적이지만, 막상 일정을 짜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유튜브와 블로그 글들을 얼마나 찾아봤는지 광고도 온통 여행에 대한 것들만 나왔어요. 저도 출발 전엔 프롬나드 데 장글레(Promenade des Anglais)만 알았는데, 돌아온 지금 생각해보니 진짜 니스는 그 너머에 있었습니다. 골목 속 100년 된 쏘카 식당, 절벽 위 에즈 마을, 레몬으로 뒤덮인 망통 축제까지. 이 글에서는 제가 직접 발로 뛰며 확인한 니스 주변 핵심 장소들을 정리했습니다.

프롬나드 데 장글레와 구시가지 꽃 시장, 쏘카를 찾아서

니스 해변을 따라 이어진 프롬나드 데 장글레는 18세기 후반 영국인들이 만든 산책로입니다. 이곳은 2016년 프랑스 혁명 기념일 테러로 86명이 희생된 곳이기도 합니다(출처: BBC). 하지만 지금은 그 아픔을 딛고 일상을 되찾은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도 조깅하는 사람, 자전거 타는 가족, 벤치에 앉아 책 읽는 노인까지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상처는 지워지는 게 아니라 그 위에 일상이 쌓이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현지인처럼 아침에 일어나 조깅을 하고 한바탕 몸을 풀고 나니 상쾌한 기분이 들었고, 호텔로 돌아오는길에 먹었던 크로아상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맛입니다.

구시가지로 들어서면 매일 오전 8시에 열리는 쿠르 살레야(Cours Saleya) 꽃 시장이 있습니다. 코트다쥐르(Côte d'Azur)는 '푸른 해안'이라는 뜻으로, 프랑스 남동부 지중해 연안 지역을 가리키는데요. 이곳에서 나는 제철 꽃들이 형형색색으로 쌓여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압도적입니다. 꽃을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관광객이 아니라 현지인이라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들에게 꽃은 특별한 날의 선물이 아니라 그냥 오늘 집에 놓을 일상이었습니다. 저도 따라서 한다발을 샀어요.

시장 한쪽에서 쏘카(Socca)를 파는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쏘카는 병아리콩 가루를 반죽해 화덕에 구워낸 니스 전통 음식으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게 특징입니다. 한국의 차량 공유 시스템 아니고요! 한 판이 금방 동이 날 정도로 인기가 많았는데, 아저씨가 갑자기 자전거에 올라타더니 따라오라고 손짓했습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따라나섰습니다. 좁은 골목을 한참 걸어 도착한 곳은 100년 가까이 된 쏘카 전문 식당이었습니다. 벽에 걸린 사진 속에는 영국 찰스 왕세자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말도 잘 통하지 않았지만 아저씨의 뿌듯한 표정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그날 먹은 화덕 쏘카 한 조각이 이번 여행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한 끼였습니다.

에즈 빌리지, 해발 428m 절벽 위 열대 정원

니스에서 동쪽으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에즈(Èze)는 '독수리 둥지(Nid d'Aigle)'라고도 불리는 중세 마을입니다. 해발 약 428m 산 위에 자리한 에즈 빌리지(Èze Village)는 그 자체로 하나의 요새였습니다. 입구부터 시작되는 좁고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가면 뜻밖의 열대 정원이 나타납니다. 지중해 연안의 소박한 마을에서 선인장과 용설란 같은 열대 식물을 만난다는 게 처음엔 이질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정원 끝에서 만난 풍경은 그 모든 걸 잊게 만들었습니다. 쪽빛 지중해가 발아래 펼쳐지고, 회색 절벽과 초록 식물, 파란 하늘이 한 프레임에 담기는 순간 말 그대로 숨이 멎었습니다. 사진으로는 절대 담을 수 없는 깊이와 스케일이었습니다. '뜻밖의 선물'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합니다. 아름답다는 말조차 오히려 가볍게 느껴지는, 그런 풍경이었습니다. 제가 그 자리에 한참 동안 서 있었던 이유입니다.

에즈 빌리지를 방문할 때 알아두면 좋은 팁 몇 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오전 일찍 방문하는 게 좋습니다. 오후에는 관광객이 몰려 좁은 골목이 복잡해집니다.
  2. 편한 신발은 필수입니다. 돌계단이 가파르고 미끄러운 구간도 있습니다.
  3. 열대 정원 입구에서 입장료(약 6유로)를 받지만, 그만한 가치는 충분합니다.
  4. 정원 최상단까지 올라가야 진짜 전망을 볼 수 있습니다. 중간에 멈추지 마세요.

망통 레몬 축제, 140톤 감귤로 만든 황금빛 세계

니스에서 동쪽으로 25km, 이탈리아 국경과 맞닿은 망통(Menton)은 프랑스 유일의 레몬 산지입니다. 매년 2월이면 이곳에서 레몬 축제(Fête du Citron)가 열립니다. 1928년 레몬을 알리기 위한 작은 행사로 시작해 지금은 연간 24만 명이 찾는 남프랑스 대표 축제가 됐습니다(출처: Fête du Citron 공식 사이트).

저녁 무렵 망통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조명을 받은 오렌지 나무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니 화려한 퍼레이드가 한창이었습니다. 거대한 조형물들이 움직이며 꽃가루를 뿌리는데, 자세히 보니 모두 레몬과 오렌지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140톤의 레몬과 오렌지, 15톤의 철을 들여 400여 명이 6개월간 작업한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규모도 놀라웠지만, 이 모든 걸 매년 반복한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습니다.

사람들 사이로 흩날리는 하얀 꽃가루는 시간이 갈수록 바닥에 두껍게 쌓였고, 피날레로 터진 불꽃놀이는 그날 밤 최고의 환영 인사였습니다. 망통을 찾은 이방인에게 이보다 더한 환대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다음 날 오전엔 레몬 농장을 찾았습니다. 상상했던 넓은 평지 농장이 아니라 산을 깎아 만든 계단식 밭이었습니다. 망통 레몬은 강한 풍미와 달콤한 과육이 특징인데, 이는 지중해와 알프스 산맥 사이에 위치한 특수한 미기후(Microclimate) 덕분이라고 합니다. 미기후란 특정 지역에만 나타나는 독특한 기후 조건을 뜻한다고 하네요. 대부분의 수확이 끝난 시기였지만, 농장 주인은 마지막 남은 레몬을 따느라 분주했습니다. 상자에서 나는 싱그러운 향기가 농장 전체를 가득 채웠습니다. 저희 아이들이 레몬을 좋아하는데 나중에 한번 더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생폴드방스, 샤갈이 사랑한 마을의 마지막 인사

니스에서 서쪽으로 차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생폴드방스(Saint-Paul-de-Vence)는 예로부터 예술가들이 사랑한 마을로 알려져 있습니다. 남쪽으로 지중해, 북쪽으로 알프스를 바라볼 수 있는 이곳은 중세 요새 마을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 회색 빛의 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이어졌고, 골목 양옆으로 작은 아틀리에들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각 아틀리에마다 저마다의 색깔과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는데, 코트다쥐르의 풍요로움과 유쾌함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한 아틀리에에서 만난 작가는 20년 넘게 이곳에서 작업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곳의 빛과 색, 그리고 여유가 작품에 영향을 준다는 말이 와닿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이곳에서 작업을 했던것이 아닐까 합니다.

생폴드방스를 특별하게 만드는 곳이 하나 더 있습니다. 마을 안쪽 끝에 자리한 작은 공동묘지입니다. 안으로 들어서니 고인에 대한 사랑을 담은 꽃과 장식이 놓인 무덤들이 보였습니다. 그 사이를 따라 걷다 보면 정갈해 보이는 무덤 하나를 만나게 됩니다. 바로 화가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의 무덤입니다. 샤갈은 자신의 그림에 이곳 풍경을 그려 넣을 만큼 생폴드방스를 사랑했고, 지금은 이곳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무덤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위대한 예술가가 선택한 마지막 자리가 바로 이 골목이라는 사실이 마을 전체를 다르게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그를 향한 여행자들의 존경과 사랑이 가득했습니다. 식당 테라스에 앉아 마을 풍경을 내려다보니, 아틀리에에서 그림으로 만났던 바로 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이곳에서 저도 화가가 되어 이 순간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스케치라도 배워둘 것을 그랬네요.

니스 주변 여행을 계획한다면 단순히 유명 관광지만 찾기보다, 골목 속 작은 식당, 절벽 위 전망, 현지인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보길 권합니다. 제 경험상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계획에 없던 즉흥적인 선택에서 나왔습니다. 자전거 탄 아저씨를 따라 들어간 쏘카 식당, 에즈 절벽 위에서 멍하니 서 있던 그 시간, 꽃가루 흩날리는 망통의 밤이 그랬습니다. 니스는 그저 지나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곳이었습니다. 다음 여행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니스와 그 주변 마을들을 목록에 올려보세요. 돌아올 때는 분명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겁니다.

 

--- 참고: https://youtu.be/ap7mYGkoogk?si=7s7VuK8RtAj8J6Pv https://www.bbc.com/news/world-europe-36800730 https://www.fete-du-citr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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